방사청장 "트럼프는 K-방산에 도전과 기회…내년 초 KDDX 결정"
"美 함정 건조까지 들어가면 새 시장…호주 호위함 사업 속상"
올해 방산수출 목표 200억 달러 못미친 150억 달러 이상 전망
- 박응진 기자
(과천=뉴스1) 박응진 기자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K-방산 수출에 있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추진방안은 내년 상반기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석 청장은 지난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는 K-방산엔 "도전과 기회가 같이 있다"라면서 "긍정적인 점도 있으나 경쟁 요소로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석 청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해서 '각국이 국가방위를 알아서 하라'라고 하면 (나토 국가 등에) 우리 무기체계가 (들어갈 수도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무기 소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토에 대한 러시아의 (견제)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라며 "그렇게 따지면 (K-방산이) 더 박차를 가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협력을 기대하는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석 청장은 내다봤다.
그는 "MRO는 울산, 거제 등 국내에서 하면 되는데, 생산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내에서 들어와서 하라고 할 수도 있다"라며 "미국 함정의 건조까지 (우리 조선소가) 들어가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석 청장은 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경공격기의 미국 공군·해군 입문기·훈련기 채택 및 LIG넥스원 2.75인치(70㎜)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연안 경비정 탑재 등 K-방산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방산시장에 보다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해 온 한미 상호조달협정(RDP-A)의 연내 체결이 어려워진 가운데 미 국방부 측은 RDP-A 체결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협의가 재개될 것이라고 방사청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목표인 올해 방산수출 계약액 200억 달러는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현재까지 폴란드, 루마니아, 페루, 이라크 등과 총 14건의 계약 체결이 성사됐으며, 연말에 폴란드 대상 K2 전차 계약을 통해 15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방사청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 150억 달러 이상 달성 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 평균 150억 달러 이상 수주 성과를 기록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7년 방산수출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석 청장은 "올해 200억 달러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국 2025년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봤다.
석 청장은 최근 10조 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SEA 3000)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 "많이 속상하다"라며, 이를 교훈 삼아 수출대상국 요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정부와 업체가 원팀을 구성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반드시 수주하겠다고 다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는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 사업 수주와 관련해선 산업통상자원부의 단수 또는 복수 방산업체 지정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수의계약 또는 경쟁 등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게 방사청의 입장이다.
석 청장은 "방산업체가 지정돼야 그걸 기초로 우리가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할 것 아닌가"라며 "올해는 부족하고 내년 상반기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방사청 관계자도 "연내 사업추진 방안을 정하고 계약하기까진 물리적으로 굉장히 촉박하다. 내년 초에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사업추진을 정상화 시키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지정 방산업체가) 단수, 복수일 때 (각 업체가) 이의제기하는 것까지 당연히 고려하고 있고, 그럼에도 행정소송으로 가처분 인용되는 것까지 가지 않도록 산업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지연으로 인해) 선도함 납기는 물리적으로 못 맞출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KDDX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2·3번함의 납기 준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방사청 관계자는 방사청이 갖고 있는 국방 연구개발(R&D) 기능을 국방부가 통합 수행하는 방안에 대해 "국방부가 소요, 기획 등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야당에선 우호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한 방사청 축소·위축 가능성에 대해 "기능이 넘어가니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방위력 개선, 방산수출, 방위산업 육성 등 고유업무에 집중하면 방사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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