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사도광산 추도식…추도사·日 참석자 등 핵심사항 '미정'
소식통 "행사 전날까지 치열한 협의 예상"…부실 개최 우려도 제기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의 '성의'를 판단할 수 있는 추도사 내용이나 일본 측 정부 관계자의 '급'을 놓고 한일 외교당국 간 밀고당기기가 이어지면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추도식은 오는 24일 오후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추도식에 한국 측에선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 11명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고, 일본 측은 추도식 실행위원회 관계자, 민간단체, 지자체, 중앙정부 관계자가 자리한다.
그러나 행사 사흘을 앞둔 21일까지 일본 정부에서 누가 참석하는지, 그리고 추도사를 누가 발표하며 '조선인 강제노동'을 어떤 식으로 언급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항들은 정부와 유가족에서 일본 측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일본 사도광산의 전시 공간에 '강제성' 관련 표현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아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추도식마저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열린다면 일본은 물론 정부의 외교력도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 간 협의는 행사 개최 전날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특히 추도사의 경우 특정 표현을 넣을지를 두고 치열한 조율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도식은 형식적으로는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라는 민간 차원에서 주도해 열린다. 그러나 추도식 개최가 한일 정부 간 합의사항인 만큼 추도식 개최 사흘을 앞둔 상황에서 구체적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제징용 피해 유가족의 추도식 참석 비용도 모두 한국 정부에서 부담하는 상황에서 자칫 이들이 '행사 들러리'가 되는 게 아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가 전날인 20일 이번 추도식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관여해 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라고 언급한 점도 일본 정부의 태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당초 정부는 한일 합의에 따라 추도식이 매년 7~8월쯤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결과적으로 11월 말에서야 황급하게 개최되는 모습인 점도 문제다. 일본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반도 출신을 비롯한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후에 보인 태도는 낙제점에 가깝다.
24일 추도식이 부실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개선 동력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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