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컴백에 한러관계 급변 가능성…'무기 지원' 여부가 핵심

[우크라전 1000일③] 종전 추진 속도내면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 유지될 듯
전문가 "앞서 나가지 말고 국익 최우선 고려한 결정해야"

편집자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9일로 1000일을 맞이했다. 유럽의 전쟁으로 시작된 우크라전은 북한군의 참전으로 이제 동북아의 전쟁이 된 양상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종전' 가능성도 제기되는 우크라전 1000일의 흐름과 쟁점을 짚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2024.1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9일로 1000일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컴백'으로 정부는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의 변화를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우크라전 전황의 심화에 따라 상정한 무기 지원은 한러관계의 악화의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미국의 '종전' 추진 여부에 맞춰 외교적 계산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맞서 군 참관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은 유지하고 있지만, 무기 지원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앞서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와 유럽연합(EU)을 방문한 뒤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북한군 파병 상황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표단은 이달 4일 귀국했다.

정부는 대표단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2주째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참관단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이달 중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방한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발표가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정부는 내년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왼쪽부터 윤 대통령,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대통령실 제공) 2024.7.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우리 정부와 군은 지난 2022년 3월 우크라이나에 비살상용 군수물자를 최초 지원한 이후 군수물자와 화생방전 물자 등 '비살상용 물자'를 공개 지원해 왔다. 한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한 155㎜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외신 인터뷰에서 '군사적 지원' 조건으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방어용 무기' 지원 이후 북한군 활동폭이 넓어질 경우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성공 이후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이뤄졌지만 정부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며 기존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가 현재의 태도를 유지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한러관계가 최악의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발발 초기부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한러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여지를 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4.11.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밀착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최근 독일 총리와 2년 만에 통화하는 등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종전 협상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도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종전 추진을 의식한 '땅따먹기'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부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우리가 아예 모른 척할 순 없고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한 연락단 또는 모니터단 정도는 보내는 방향을 추진하는 게 좋다"라며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무기 지원 여부는) 철저히 실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내년 1월 말 출범할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을 기반으로 무기 지원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라며 "무기가 아닌 인도적 지원의 확대와 차관제공 등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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