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쟁이 동북아의 전쟁으로…종전과 '확전' 기로에
[우크라전 1000일 ①] 북한군 파병으로 동북아 정세 급격한 변화
'종전' 공언한 트럼프의 '플랜'에 주목…정부도 무기 지원 '만지작'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랜 앙숙이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이 거북했던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유럽의 전쟁'이었다. 그런데 전쟁 개시 1000일을 맞이한 지금 북한군의 전격적인 참전으로 '동북아의 전쟁'이 된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세운 공식 명분은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비(非)무장화와 비나치화 등이었지만, 사실 나토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의 입김이 자신들의 국경까지 도달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기도 하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인 공세로 단기전에 끝날 것으로 점쳐졌던 전쟁은 미국 등 서방의 대대적인 지원과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으로 장기전이 된 양상이다.
특히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변수'가 나타나며 전쟁은 정치적으로는 이미 확전이 된 듯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1만여 북한군 병력이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해 전장에 배치됐으며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군의 파병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던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라는 '강수'를 현실화해야 할지도 모르는 입장에 놓였다. 남북의 무기가 유럽의 전장에서 맞부딪히는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르는 정세가 된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과 전장 투입에 미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술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의 사거리 제한을 늘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북한과 러시아군의 '진군'에 맞불을 놓는다기보다 진군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담겨 있다. 가장 좋은 상황은 전쟁이 더 이상 확전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하에서다.
정부 역시 전황의 변화에 따라 무기 지원이 가능하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실제로 무기가 지원될 경우 확전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조야에서 지속돼 왔다. 이는 북한군의 전장 투입의 공식화 이후에도 정부의 정책 결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까지의 모든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 후 급변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유세 과정에서 '취임 후 24시간 이내에 종전'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공언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재집권이 확정된 이후 러시아와 빠르게 소통하는 등 우크라전 종전을 위한 '플랜'을 이미 가동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가 말한 24시간 내 종전은 비현실적인 얘기지만 어쨌든 조속한 시일 내 종전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트럼프는 이를 외교 유산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질적으로는 전쟁 양상이 좀 더 치열해져야 협상으로 넘어가는 동력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라며 "북러의 진군에 따른 미국의 에이태큼스 사거리 제한 완화는 협상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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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9일로 1000일을 맞이했다. 유럽의 전쟁으로 시작된 우크라전은 북한군의 참전으로 이제 동북아의 전쟁이 된 양상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종전' 가능성도 제기되는 우크라전 1000일의 흐름과 쟁점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