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제공 미사일 사거리 늘려…'종전 추진' 목전서 기싸움

ATACMS 사거리 80→300㎞로 확대…러 공군기지 16곳 타격 가능
"마지막 역습 카드" "상황 동결이 주 목적" 분석 엇갈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2024.11.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두 달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미국 미사일의 사거리를 크게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우크라전의 '종전'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 전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전황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의 회복을 노리고 대규모 군사 작전을 준비 중인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전쟁 개시 1000여 일 만에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진영 간 기싸움이 정점을 향하는 모양새다.

18일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군의 참전 대응 차원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의 사거리 능력을 기존 80㎞에서 약 300㎞로 늘렸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넘어 러시아 본토 더 깊숙한 곳으로 직접 공격이 가능하게 됐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가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러시아 공군기지가 16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북한군의 파병, 북러의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대규모 공세를 통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자국 영토 쿠르스크를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비롯한 병력 5만 명을 전선 지역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직후 빠르게 종전을 추진하기 전까지 가급적 많은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꾸준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군과 러시아의 진군을 물리적으로 막을 가장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역습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 종심 지역 타격을 시행할 경우 최근 전선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운영에 일부 기여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 핵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러시아는 핵태세 강화 등 나름대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2기 출범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측과 이번 조치에 대해 최소한의 소통을 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 과정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까다로운 대화법을 구사할 수 있어, 당장은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유도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상대방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러시아가 본인의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가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어느 정도 환영할 것"이라고 짚었다.

외신들도 기본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물리적 변화'보다는 '상황의 동결'에 더 방점이 찍힌 결정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미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ATACMS의 양, 또 미국이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ATACMS 미사일의 절대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또 이미 러시아가 미국의 조치를 예상하고 ATACMS의 사정권에 있는 공군기지를 재편했다는 이야기도 미국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