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美 '주한미군 철수' 제기하면 우리도 핵능력 보유 추진해야"

[일문일답] "과도한 재정 요구로 동맹관계 약화 않도록 설득해야"
"다시 북미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높아…韓 안보 배제돼선 안 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4.1.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때처럼 주한미군 감축·철수를 재차 제기할 경우 "우리도 잠재적 핵능력 보유 등 가능한 안보 옵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뉴스1과의 서면인터뷰에서 관련 이슈가 재부상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외교'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배경과 이유를 무엇으로 보나.▶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 협력을 언급한 것은 한국 조선업의 기술 경쟁력과 우수한 품질을 인정한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컨테이너선은 물론, 군함을 포함한 다양한 선박 분야에서 정밀성, 내구성, 고도화된 설계·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통해 고성능 군함을 확보하고, 해군 전력의 현대화와 품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조선업의 또 다른 강점은 비용 효율성과 생산성이다. 효율적 생산 방식과 숙련된 인력을 통해 비용 절감과 신속한 건조가 가능하다. 이는 군함 수요 증가에 따른 미국 조선업계의 생산 능력 부족과 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 해군의 역할은 전략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력 증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은 전략적 가치가 크다. 한국의 우수한 군함 유지 보수 능력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 내 군사작전 능력을 수행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 전망은?

▶현재 미국은 군함 건조·수리에 필요한 인프라와 숙련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기술력과 인프라 지원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미 해군의 전력 증강과 생산 능력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업은 양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높이고 상생 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협력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양국의 경제와 안보 이익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한국이 미국 군함 수리 및 건조, 해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분야는 차세대 구축함, 초대형 해양 선박 등 고급 군함 설계와 건조에 필요한 기술이다. 이를 통해 미 해군이 현대화된 함정 확보와, 작전 맞춤 군함 생산이 가능하다. 또, 군함 수리·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유지보수 인프라는 작전 수행 중 발생한 미 해군 함정의 손상을 보다 빠르게 수리하고, 군함의 전투력과 내구성 유지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인적·첨단 기술 교류도 가능해 보이는데.

▶군함 건조에 필요한 고품질 특수강, 엔진, 터빈 등 조선 기자재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어려운 자재 조달 문제를 한국과 협력해 해결함으로써, 조선업 생산 속도를 높이고 원활한 부품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한국의 숙련된 조선업 인력을 통해 미국 내 조선업 기술 인력을 교육하고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최신 조선 기술을 전수해, 미국 조선업계가 자체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인력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해양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한미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스마트 선박 기술, 자율 운항 시스템, 고도화된 해양 레이더 시스템 등은 선박의 운용 효율성 제고는 물론, 전술적 우위 확보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맞춤형 첨단 해양 기술을 미국 측과 협력하여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첫 통화는, 특히 조선업 분야에서 양국의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뉴스1

-트럼프 당선인의 제12차 SMA 무효화 및 재협상 시도 가능성은?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기 행정부 기간에 여러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한국에도 분담금을 5배 이상 인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한국을 '무임승차'하는 동맹국으로 지칭하며 안보 제공에 대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국내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스타일을 감안할 때, 최근 한미 양국 정부 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타결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대통령 권한으로 SMA 협정 재검토를 지시할 수 있고, 이에는 미국 의회 비준 절차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대응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까.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동맹의 상호 이익과 공정성에 기반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제적 기여도와 방위비 지출을 설명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과도한 재정적 요구로 인해 동맹 관계가 약화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강조해야 한다. 한국은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상호 안보와 안정에 기여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유지에 필수적임을 미국 측에 설득함으로써, 방위비 문제가 상호 간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의 틀 안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의 대미 경제 기여도도 종합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 지출을 넘어 한국 기업의 수백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등 미국에 상당한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노동신문) 2019.3.1/뉴스1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어떤 북핵 문제 접근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대신,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중심의 실용적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한의 현재 핵능력 유지를 전제로 한 핵확산 방지와 미북 간 긴장 완화에 중점을 둔 전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미사일 동결을 '외교적 성과'로 제시할 경우,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우리 입장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며 미북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고, 2기 행정부에서 다시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 협상 재개 시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 미북 관계에서 국외자가 아니라 핵심 당사자로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핵 문제와 관련된 모든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존중되고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참여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하고, 미북 대화와 협상이 의미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한국이 원하는 수준의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가 다시 재부상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면, 우리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확장 억제 실효성 강화를 넘어서, 잠재적 핵능력 보유 등 가능한 안보 옵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일단 윤석열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목표를 트럼프 당선인 측에 미리 전달해, 미북 대화 시 한국의 입장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핵화 로드맵의 구체적 단계 '핵 동결 → 신고 → 검증 → 폐기'를 명확히 하고, 이를 한미 공동의 목표로 삼도록 협의해야 한다. 또한, 미북 간 대화가 핵과 미사일 동결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비핵화의 완전한 이행을 목표로 하도록 미국과의 전략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첫 회동에서 첫 번째로 제기할 사안은 무엇으로 보나.

▶한미동맹의 지속적 공고화와 상호 신뢰 증진을 강조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안보, 경제, 기술 분야에서 긴밀히 연계된 전략적 파트너십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동맹이 동북아 평화와 세계 질서의 핵심 축임을 설명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기조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방적 정책 추진보다는 동맹국과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외교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