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전 외교 "한국 조선업, 美 '아시아 군사작전' 기여 가능"
"美, 군함 건조·수리 인프라 및 숙련 인력 부족 겪고 있어"
"트럼프, '북핵 동결' 협상 가능성…사전 대응 중요"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미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한국의 우수한 군함 유지·보수 능력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 내 군사작전 수행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 심화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력 증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은 전략적 가치가 크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박 전 장관은 중위로 전역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그는 "현재 미국은 군함 건조·수리에 필요한 인프라와 숙련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기술력과 인프라 지원이 문제를 해소하고 미 해군의 전력 증강과 생산 능력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봤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이 미국 군함 수리 및 건조, 해운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분야는 차세대 구축함, 초대형 해양 선박 등 고급 군함 설계와 건조에 필요한 기술"이라며 "이를 통해 미 해군은 현대화된 함정 확보와 작전 맞춤형 군함 생산이 가능해질 것"라고 진단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 부르는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달 한미 양국은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제12차 SMA를 체결했다. 우리는 SMA가 국회 비준 사안이지만 미국에선 행정 협정으로 간주해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일방적인 파기가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장관은 '선제적·능동적 외교'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 강조 △한국의 대미 경제 기여도 부각 △의회 차원의 의사소통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전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지출을 넘어 한국 기업의 수백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등 미국에 상당한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박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처럼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에 대해선 "불편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트럼프 당선인 측과 사전에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관련 이슈를 제기할 경우에는 "잠재적 핵능력 보유 등 가능한 안보 옵션을 우리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핵 문제 접근 예상 시나리오에 대해선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대신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중심의 실용적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목표를 트럼프 당선인 측에 미리 전달해 미북 대화 시 한국의 입장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비핵화 로드맵의 구체적 단계 '핵 동결→신고→검증→폐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한미 공동의 목표로 삼도록 협의해야 한다"라며 "미북 간 대화가 핵과 미사일 동결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비핵화의 완전한 이행을 목표로 하도록 미국과의 전략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오는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와 브라질을 방문한 뒤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할 경우 "한미동맹의 지속적 공고화와 상호 신뢰 증진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특히 한미동맹이 동북아 평화와 세계 질서의 핵심 축임을 설명하고 미국 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기조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동맹국에 대한 과도한 재정적 요구는 오히려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고 공정한 분담을 요청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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