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일단 '시큰둥'…우크라전 '종전' 시나리오는[트럼프 시대]

"24시간 안에 전쟁 종식" 공언한 트럼프, 푸틴에 유리한 협상 유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연설을 갖고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2024.1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본격화할지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잘 맞춰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시점에서 전쟁이 끝날 경우 러시아에 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결과가 사실상 확정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실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며 "우리는 긴밀한 대화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강력하고 흔들림 없는 미국의 리더십은 전 세계와 정의로운 평화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러시아 측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할 계획이 없고, 신중하게 미국의 입장을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역사상 최악 수준이며, 더 악화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외교 정책의 궤적을 바꿀 수 있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는 1월에 그렇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전 종전' 공약을 인지하고 있음은 분명히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키이우 의회에서 연설을 갖고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10.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이 추진될 것임은 이번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공식과 같은 전망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과도하게 개입해 국력을 낭비했다고 주장하며 집권 시 전쟁 종식을 이끌어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이제는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고, 회담 후에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공정한 거래'(fair deal)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재집권 시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을 유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여기에 부통령 당선인인 JD밴스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배제와 비무장지대 설정 등 '종전 시나리오'를 일부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급하게 종전이 이뤄진다면 그간 미국이 지원해 온 우크라이나에 특별히 유리할 게 없다는 점이다.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거래'라는 상황을 직면하며 러시아에 점령당한 지역을 내준 상태로 종전을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재로 불가침 조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지만 계속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야 하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이 조약에 대한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또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잘 지내는 쪽을 택해 미국의 국력 낭비를 막고, '노벨 평화상'이라는 개인의 '레거시'(족적)를 위해 급하게 종전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등을 최대한 활용해 평화협상 전까지 최대한 많은 영토를 확보하고자 공세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는 점도 우크라이나의 우려 및 불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종전이 추진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재정 지원, 인도적 지원이 현실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푸틴의 입장에선 '의문의 1승'이 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