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미국 진출에 먹구름 끼나…MRO는 '탄력' [트럼프 시대]
미국 우선주의에 무기체계 수출·RDP-A 체결 등 쉽지 않을 듯
트럼프, 尹대통령에 "MRO 분야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펼칠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한미 방산협력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협력을 기대하는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 방산업체들은 세계 최강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방산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입문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전술입문기·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계획 중인데, 이 사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계열이 도전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7월 미국의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평가에서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기록한 LIG넥스원의 2.75인치(70㎜) 유도로켓 '비궁'(영문명 Poniard)도 미국 연안 경비정 등에 탑재될 기회를 찾고 있다.
그러나 자국 무기체계 도입을 우선시할 트럼프 행정부에선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방산 공급망의 회복을 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비가 늘어나면 우리 방산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라는 관측이 있지만, 그 이익은 미국 방산업체들에 귀속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중동 등 국방력 강화를 추진 중인 국가들을 상대로 한 방산 수출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인권침해국으로 분류해 미국산 무기의 수출을 통제, K-방산이 반사이익을 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정반대의 수출 전략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는 각종 논란에도 중동에 수출을 잘했다. 자국 무기 수출이 대외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중동에도 미국 방산업체가 진출하면 우리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라고 봤다.
정부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방산시장에 보다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해 온 한미 상호조달협정(RDP-A) 체결도 요원해졌다.
RDP-A는 미 국방부가 동맹·우방국 국방부와 체결하는 것으로서 각국 방위산업 시장 개방에 관한 법적 권리와 의무사항을 다루는 정부 간 협정이다.
미국과 RDP-A를 맺은 나라는 △미 국방부 조달사업 참여시 '미국산 우선구매법'에 따라 부과되는 가격 패널티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고 △화학전 방호장비 및 특수 금속 관련품의 미국산 구매의무가 면제돼 자국 기업의 입찰 참여가 가능해지며 △국방조달에서 제품·구성품에 대한 관세 등 세금 부과가 면제되는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자국 방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관세 철폐' 제도로 인식,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것은 물론이고 헙정 추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라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7월 HD현대중공업은 미군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 7함대 소속 일부 함정에 대한 MRO 사업권에 그치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비춰 향후 MRO 사업 대상과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엔 미국 국민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선호하는 '현지 생산' 전략에 따라 우리 방산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짓거나 인수하는 등의 MRO 사업 전략이 활발히 추진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심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하면 한미 방산협력 자체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RDP-A 등 한미 방산협력을 제도화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며 "방산 수출 시장에서 미국과의 경쟁도 세질 것이니, 금융지원이나 구매국 요구 이행 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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