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인상' 공언한 트럼프…안보 리스크 대응 '선제 외교' 중요
[트럼프 당선] "美의 청구서에 대한 '반대급부' 검토할 필요 있다"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방위비분담금 증가·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며 한국에 '안보 리스크'를 제기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집권 2기를 맞이한 트럼프가 내밀 '청구서'에 대비하는 '맞춤형 선제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최근까지도 한국이 부유한 국가인 만큼 그에 걸맞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 부르기도 했고, 한국이 연간 방위비 분담금으로 13조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3조 원은 2026년 우리가 지불할 액수의 9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미는 이번 대선에 앞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다. 전통적 한미동맹을 중시한 민주당 행정부와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다.
우리 정부는 이미 타결된 12차 SMA가 '법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론적으로 대통령이 협정의 무효화를 선언할 수 있어 변수는 여전하다.
관건은 트럼프가 한국의 '안보 기여도'에 대해 과거와 같은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유세 기간 불거진 발언들이 여전히 그의 실제 의지와 부합한다면 12차 SMA의 파기 선언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반면 트럼프 개인 혹은 새 행정부가 1기 때의 안보 리스크가 전략적으로 무리였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선언하고 중동 문제를 직면한 새 행정부가 동북아 상황을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를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선 빠르게 트럼프 측과 접촉해 '안정적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과 12차 SMA의 타결에 따른 법적 안전성 우위를 활용한 선제적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공식적 입장'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엔 북한을 '심각한 핵보유국'(serious nuclear power)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이다.
정작 공화당은 새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노력 등 '북한 문제'를 주요 내용에서 삭제했는데, 이를 두고 미국 조야의 시선이 비핵화보다는 '군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북한에 핵무기를 일부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라토리엄'을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의 '핵보유국' 발언은 '비핵화 협상'이라는 과거의 치적을 부각하기 위한 레토릭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발 위기를 부각시켜 자신의 필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높은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며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경우 우리 정부의 셈법은 복잡을 넘어 혼선에 빠질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때의 경험을 바탕삼아 특유의 사업가 기질을 활용해 우리의 국익을 챙기는 맞춤형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가 '비용 편익적' 관점에서 다른 나라를 상대하는 것은 분명하고, 동맹 이슈에 있어서도 그런 시각이 확고한 측면이 있다"라며 "여러 청구서를 내밀 경우 가치판단을 앞세우기보다는 그에 따른 확실한 반대급부를 어떻게 챙길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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