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안정적? 트럼프는 리스크?…미 대선 뒤집어 보기
낙관 or 우려만 할 수 없는 장단점 명확…'다각적 전략' 수립이 중요
- 노민호 기자
"해리스는 안정적인 후보, 트럼프는 리스크 요인."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 조야에서 통용되는 미국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국제외교의 장에서 이같은 통념을 정책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수를 미리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현실'을 기회 요인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일반적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다시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가 집권 1기 때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하면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 2.0'이라는 예측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것이 현실이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어 볼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 가지 방식으로만 시나리오를 세울 경우 반대의 상황이 전개됐을 때 대응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먼저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외교 전략에 '변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특히 미국 대선 전 한미관계 중요 현안인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도 협상 개시 5개월 만에 타결되는 등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더해지는 것은 큰 '메리트'다.
그렇다고 해리스표 한미관계를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바이든 2.0'은 예측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곧 '대북정책의 교착 지속'이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기치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표방해 왔다. 하지만 북미 간 공식적인 대화의 장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북한은 제7차 핵실험까지 공언하는 상황이다.
미중패권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북한의 '빈틈 파고들기' 전략으로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는 부정적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 심화는 민주당 행정부의 '패착'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유럽과 중동 '두 개의 전쟁'에서 리더십을 잃은 미국의 위상 변화 역시 해리스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 때문에 안보 사안에 있어 오히려 한국에 대한 '청구서'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더 능동적인 역할' 등과 같이 한국에 대한 기대 수준이 바뀔 여지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당장 그가 최근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며 13조 원의 방위비분담금을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13조 원은 2026년 우리가 지불할 액수의 9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미 1기 때 그는 우리 정부에 '5배 많은 비용 청구서'를 내민 바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트럼프 1기 이후 그에 대한 나름의 '대응법'도 축적돼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사업가 특유의 기질을 거침없이 과시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이용해 '반대급부'를 확실하게 제시할 경우 우리가 필요한 사안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일종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을 증가시키고 싶다'는 제안을 건네자마자 트럼프가 'OK'라고 확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제안은 정부가 미국과의 중장기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포석을 놓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즉각적인 미국의 긍정적 호응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후 한미 정상은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개정 미사일 지침'을 채택했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동맹 경시가 아닌 한국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다만 현재 미국에 더 큰 사안인 러시아와 중동 문제에 먼저 집중하며 한국 관련 사안에선 문제적 이슈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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