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ICBM '화성-19형' 각종 기록 경신…탄두 재진입 기술은 아직
'최종완결판'으로 보도했으나…다탄두 기술 위해 추가시험 가능성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10월 31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이 사거리와 정점고도 등 기존 북한 ICBM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아직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추가적인 시험발사로 ICBM 기술을 더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시험발사한 ICBM이 신형 '화성-19형'이며 이 ICBM은 '최종완결판'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7687.5㎞까지 상승하며 5156초(1시간 25분)간 1001.2㎞를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 목표수역에 탄착되었다"라고 전했다.
북한이 발표한 수치는 이미 보유 중인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화성-17형'은 최대정점고도 6056㎞, 비행시간 1시간 9분의 기록을 갖고 있고, '화성-18형'의 경우 6648㎞를 1시간 14분 동안 비행했다.
최대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의 향상은 미사일이 더 멀리 날아가거나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성-19형'을 정상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는 기존 ICBM의 1만 5000㎞보다 연장된 1만 6000㎞ 수준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평양에서 발사할 경우 남미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이 2017년 7월 4일 발사한 첫 ICBM '화성-14형'은 사거리가 1만㎞로 추정된다. 2017년 11월 처음으로 발사한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만3000~1만5000㎞로 알려졌다.
북한의 ICBM이 주로 '미국 압박용'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사거리는 충분하기 때문에 '화성-19형'은 더 여러 개의 탄두를 실을 추진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화성-19형'은 '화성-18형' 탄두탑재부의 공간과 길이를 늘인 형태로, 이는 다탄두 탑재능력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북한이 다탄두를 개발한다는 공지는 몇 해 전에 했고, 앞으로도 다탄두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며 "어제 발사의 다탄두 적용 여부는 정확히 구분해 말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화성-19형'은 '화성-18형'을 기반으로 한 사거리 연장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 두 미사일에는 모두 고체연료 추진체계가 적용됐고, 발사관에서 가스 압력을 이용해 미사일을 수직으로 쏘아 올린 뒤 공중에서 점화하는 '콜드 론치' 방식도 쓰고 있다.
북한은 '화성-18형' 시험발사 이후 관영매체에서 엔진 성능, 단 분리 기술, 기술적 신뢰성 등의 표현을 쓰며 지표를 언급했으나, '화성-19형' 발사 이후엔 사거리와 비행시간 외에 세부적인 능력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이미 '화성-18형'을 통해 ICBM 발사와 관련한 기술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근거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화성-19형'에 대해 "화성포-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완결판"이라고 밝혔음에도, 향후 추가 발사를 통해 기술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 대해 '시험발사'라고 표현했다. '화성-18형'의 경우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시험발사한 후 12월 '발사훈련'을 했다.
북한에게 남은 과제는 다탄두 탑재 능력과 함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론된다. ICBM은 우주발사체와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대기권을 뚫고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데, 재진입 과정에서 고열과 마찰을 견디며 궤도가 수정되지 않아야 무기체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ICBM을 고각으로 발사했으나, 향후 재진입체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정상각도(30~45도)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0월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거의 완성에 가깝다고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성-19형'이 진정한 '최종완결판'이 아니라는 점은 이동식 발사대(TEL)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북한의 보도 사진·영상을 보면 이 미사일은 11축 바퀴(좌·우 11개씩 총 22개의 바퀴)의 TEL에서 발사됐다. 북한은 지난달 9일 12축 추정 TEL을 공개했는데, 이를 적용할 무기 개발도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는 "(최종완결판은) 그들의 주장이고, 실제로 완결은 정상각도 발사 등의 테스트가 있어야 된다"라며 "북한이 12축을 공개했다 문제가 있어서 11축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고, 11축인데 길이를 더 늘려서 개량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ICBM 기술을 발전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국방장관은 3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한미 2+2 외교·국방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ICBM에)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ICBM에 대해서는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이 됐고, 많이 완성을 했기 때문에 굳어 러시아가 정보나 자료, 기술을 제공했을지 의문이 있다"라며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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