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코앞에 두고 진군에 속도…북러의 계산법은?

트럼프·해리스냐 극명한 정책 차이로 '경우의 수' 복잡해진 북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를 결정할 수도 있는 미국 대선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는 '진군'을 서두르면서도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미 대선 결과에 대한 다각적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

30일 국가정보원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3000~5000여 명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지역인 쿠르스크에 진입한 상황이다. 소규모 북한군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반적으로 북한군의 진군이 당초 계획보다 빨라지는 모양새다.

당초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1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규모는 1만 명 수준으로 예측했는데,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이 숫자의 북한군이 훨씬 이른 시점에, 전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러의 빠른 움직임을 두고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종전'을 추진하기 전 최대한 많은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지 못하면 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고려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과도하게 개입해 국력을 낭비했다고 주장하며 집권 시 전쟁 종식을 이끌어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고, 회담 후에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정한 거래'(fair deal)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재집권 시 종전을 위한 러-우 간 협상을 유도할 방침을 시사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게는 불리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당장 공세를 강화하고 북한군을 개입시키는 '불법 행위'를 해도 이에 대한 반작용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북러는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고수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러는 다만 국제사회를 상대로 '강한 인상'이 필요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전을 활용해 자신들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또 한 번의 고강도 지원으로 전황이 바뀔 것을 우려해 현재의 '빠른 진군'이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겠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최대한 확보한 상태에서 상황을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푸틴의 입장에서는 이미 얻어놓은 영토는 완전히 굳히고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몰아낸 상태에서 휴전 또는 종전이란 최상의 결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으로서는 피를 흘리더라도 푸틴과 확실하게 혈맹을 맺어 자금, 무기, 또 유사시에 러시아의 지원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