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정보·심리전' 정예요원 파견 검토…北 전력 파악(종합)

정부대표단, 우크라이나서 현지 '모니터링단' 파견 등 협의할 듯
우크라 지원 강화하면서 북한 관련 각종 첩보 입수 기회도 확장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표단을 보낸 정부가 이번엔 우크라이나에 정예요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국가정보원과 군의 대북·정보·심리전 분야 정예요원들로 구성되는 '모니터링단'(가칭)은 실제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의 전력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대북 심리전 전개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북한군 참전 동향에 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면서 "한국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정보·국방 당국자들과 전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이 나토와 유럽연합(EU) 방문에 이어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것은 북한군의 전장 투입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약 1만 명에 이르며, 훈련을 거쳐 속속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 등 격전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의 단계적 발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단계적 발전'은 북한군의 전선 및 전투 투입 등 실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한군의 물리적 행위가 관건이다.

모니터링단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정부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당국 등과 관련 협의를 진행한 뒤 최종 파견 방식, 시점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원 국정감사 뒤 기자들과 만나, 모니터링단의 우크라이나 파견은 "군사 정보,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라고 국정원이 답했다고 전했다. 다만 국정원은 참관단이나 심문조와 같은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전투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직접 파병된 상황에서 모니터링단이 우크라이나에 안 가게 되면 향후 한반도 유사시 실제 재래전을 수행해본 북한에 비해 우리 군이 불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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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모니터링단은 북한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실제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의 전력, 전술, 교리를 탐색·연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제11군단(폭풍군단) 소속 특수부대 및 10~20대 부대원들의 전투역량과 북한군의 무장과 장비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정보본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북한) 파병 병력이 러시아 군복 및 보급품을 사용하고, 북한이 파병을 부인하는 정황으로 보아 개인무장 수준으로 추정된다"라면서도 "병력 파견 전부터 단거리미사일을 포함해 각종 포탄과 불새-4 대전차미사일, RPG 대전차로켓 등 무기를 지원해 왔던 점을 고려해 파병 병력 무장 관련 동향을 지속 추적 중"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현지에서 무인기 조종을 비롯해 각종 군사장비의 사용법에 관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모니터링단은 포로로 붙잡히거나 탈영한 북한 군인을 우크라이나군과 합동으로 신문하거나 통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정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 같은 역할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투항 후 귀순 요청한다면 본인 의사를 존중해 검토해야 할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나아가 북한군의 탈영을 유도하가 위한 대북 심리전을 조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도 예상된다. 아울러 모니터링단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이 어떤 것인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정부와 군 입장에서 모니터링단 파견은 북한에 관한 각종 첩보를 얻을 수 있는 무대를 넓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기도 한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군을 가장 잘 아는 게 한국군이기 때문에 북한군의 전략·전술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북한군의 전략·전술이 실제로 전선에서 어떻게 발휘되는지,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전술을 어떻게 보완할지 파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니터링단에 군인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는 부대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 파병으로서, 국회 동의 없이 국방부 관의 정책결정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 단위 파병은 군인파병 심의위원회 심의·의결과 교육 등 군 당국 내부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