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무인기 침투' 선전전…北 '자작극' 무게[박응진의 군필]

"무인기, 외형은 충분히 따라 만들 수 있다"…전단통 달고 왕복 비행 불가
남한 향한 적개심 고취해 내부 결속하고 대남 무력도발 명분 쌓기

(유용원 의원실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남한 군용 무인기의 모습을 공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침투 경로까지 들고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들 가운데 여전히 허점투성이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북한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및 대북전단(삐라) 살포 주장을 처음 한 것은 지난 11일 저녁이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한국은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현재 북한의 주장을 확인해 주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의 첫 주장이 발표되며 순간의 혼란이 겹쳤던 11일 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군 작전이 아니다"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자는 입장이 결정되기 전 북한 주장에 대한 우리 군의 '진심'이 내비쳤던 셈이다.

실제로 우리 군과 정부는 북한이 무인기 침범이 있었다고 주장한 날들을 중심으로 항공기 항적을 집중 추적·분석한 결과 우리 상공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무인기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군용뿐만 아니라 민간의 무인기도 북한으로 넘어간 게 없었다는 것이다.

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무인기까지 동원해 북한을 자극하고 '정전협정 위반'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 앞서 유엔군사령부는 2022년 12월 북한의 서울 무인기 침투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결론 낸 바 있다.

아울러 군 작전이었다면 북한에 들키지 않았을 것이란 게 군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북한의 서울 무인기 침투 사건 당시 우리 군은 비례성 원칙에 따라 군단급 무인 정찰기 '송골매' 2대를 군사분계선(MDL) 넘어 북한 지역에 날려 보내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논평한 적이 없는데, 이는 북한이 송골매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북한이 지난 19일 사진으로 공개한 우리 군 드론작전사의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 추락 잔해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무인기는 국내 S업체가 생산해 군에 납품한 기종으로, 드론작전사가 운용하는 소형 정찰드론과 형상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7월 열병식을 통해서도 미국의 RQ-4 글로벌 호크⋅MQ-9 리퍼와 외형이 비슷한 무인기 '샛별-4 9형'을 공개한 적이 있는 만큼, S업체의 무인기 외형 또한 복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공개한 평양 침투 무인기의 추락 잔해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S업체 관계자는 최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해킹은 없었다면서, "사진을 보고 (충분히 외형을 따라)만들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전단통에선 3D 프린터로 제작된 사출 흔적이 식별됐다는 점에서, 이 무인기가 3D 프린터로 제작·조립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드론작전사의 장기 체공 정찰 무인기의 제원은 시속 140㎞, 최대이륙중량 16.5㎏, 최대비행시간 4시간, 최대탑재연료량 4L로, 단순 계산하면 최대 560㎞를 비행할 수 있다.

다만 탑재 중량이 카메라 정도를 실을 수 있는 수백g에 불과한데 동체에 전단통을 탑재하면 비행 안정성이 떨어져, 북한이 전날 주장한 백령도 이륙-평양 침투-백령도 착륙 경로(430여㎞)를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인기의 복귀를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적다. 우리 군의 전략과 작전 내용이 각종 데이터로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이 무인기의 작년 6월 비행기록도 찾았다고 했는데, 드론작전사는 작년 9월 1일에 창설됐다. 우리 군이 굳이 부대 창설 이전 기록을 지우지 않고 북한에 무인기를 날려 보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초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성명에서 남한 무인기가 이달 3일, 9일, 10일에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했는데, 전날 국방성 대변인은 8일, 9일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등 내용이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무리하게 '자작극'을 벌이는 것일까. 이는 남한을 향한 적개심을 고취해 내부를 결속하고 대남 무력도발 명분을 쌓는 한편,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민들에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숨기고 있는 북한의 뉴스 취사선택을 보면 이 같은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북한이 무인기 이륙 지점으로 지목한 백령도를 포함 서북도서 일대에 대한 무력도발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지난 14일엔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라고 주장하면서도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 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대선을 앞둔 미국을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로 서울 상공에 무인기를 보내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삐라를 살포하겠다고 위협, 이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삐라 살포 수단을 풍선에서 무인기로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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