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 나토가 앞장선 北 파병 대응…美가 내세웠나
전문가 "美 개인플레이 보다 나토 차원 대응 부담 덜한 측면"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을 통해서도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사안은 미국보다 나토가 앞장서서 대응에 나선다는 점이다.
나토는 우리 정보당국이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화한 직후엔 이에 대해서 '공식 확인'을 하는 입장을 내진 않았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국방장관이 2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초로 미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의 파병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오스틴 장관 발언 이후, 나토 역시 "동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달 초와 중반 사이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확인했다.
나토와 미국의 북한군 파병 관련 공식 확인은 지난 19일 우리 국가정보원의 '정보 공개' 이후 닷새 만에 이뤄졌다. 나토의 맹주인 미국의 입장이 정리된 후, 같은 날 동시 입장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토는 이번 북한군 파병 사태 초기 때부터 한국과의 정보 공유에 적극성을 띠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보당국이 지난 8월 북한의 미사일 개발 핵심 당국자인 김정식 노동당 제1부부장이 파견된 것을 기점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토와의 정보 공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 22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요청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졌고, 나토 측의 '방산협력 강화'와 정보 공유를 위한 대표단 파견 요청도 이뤄진 것도 나토와 한국 정부가 긴밀한 공조를 해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나토는 최근 수년 사이 이른바 '동진'을 추진하며 세 확장을 꾀했다. 나토가 유럽 국가들의 연합인 만큼 우크라이나 역시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이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 되면서 나토와 러시아의 대립도 상당 기간 이어져 왔다.
나토는 동진의 성공을 위해 동북아 주요 국가와의 연대도 강화했고, 한국 역시 나토의 옵저버로 참여하면서 나토와 한국의 협력 공간도 넓어졌다. 이러한 나토의 입장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동북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참전은 반드시 통제해야만 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나토가 이번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배경이다.
반면 미국은 11월 대선을 약 2주 앞둔 상황에서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이에 대한 적극적 개입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집권당인 민주당의 입장에선 박빙인 대선 국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을 공식 확인하는 게 정책의 실패를 부각해 대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나토를 앞세워 이번 사안을 대응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적극성은 결국 미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끝나야 기대해 볼 만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은 두 개의 전쟁도 버겁고 대선 국면까진 전략적 인내를 통해 상황을 관리하는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훈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중동 문제도 심각하고 대선을 앞둔 현재로선 미국의 적극적인 외교가 힘든 상황"이라며 "한편으론 미국이 개인플레이를 앞세우는 것보다는 나토 전체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부담이 덜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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