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 GP'서 발견된 '총안구'…북측, 둘러대다 영어로 "오케이?"

GP 불능화 검증 제대로 응하지 않는 모습 담긴 동영상 공개

북한 '파괴 GP'에서 발견된 총안구 추정 콘크리트 구조물.(유용원 의원실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8년에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파괴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당시 우리 군 당국의 불능화 검증 때 북측이 검증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23일 공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북측 GP를 둘러보던 남측 검증단이 기관총 등 직사화기를 운용하기 위한 총안구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발견한 뒤 이곳이 민경초소와 연결되는 통로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북측은 "연결된 건 아니고"라고 둘러대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취지에서 영어로 "오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남측 검증단은 "사진 한 장만 찍겠다"라고 동의를 구한 뒤 해당 구조물에 대한 사진 촬영을 했다.

다른 북측 GP에선 북측이 지뢰지대라는 이유로 남측 검증단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북측은 "미확정구역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라며 "미확정구역이라는 건 전쟁 때 지뢰를 매설한 구역"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은 9·19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의 모든 GP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양측 GP를 11개씩 시범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기밀이 해제된 2018년 12월 합동참모본부 작성의 '북한 파괴 GP 검증 보고서'엔 당시 검증이 부실했단 내용들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증단은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한 10개 GP의 지상시설에 대해서는 대체로 폭파 및 철거됐다고 평가했지만, 지하시설에 대해선 대체로 식별이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당시 북한 GP는 지하시설이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2~3개월 만에 신속 복구가 가능했던 반면, 우리 GP는 지하시설까지 모두 파괴돼 혈세 15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33년에야 복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