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권대사 후보에 편 나뉜 탈북민들…'반대·지지' 성명 연이어

탈북민 출신 이서현 씨./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외교부가 탈북민 이서현 씨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임명하는 단수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두고 탈북민 사회의 여론이 나뉘고 있다. 최근 일부 탈북민들이 이 씨의 대사 임명을 반대한 데 이어 이번엔 '지지 선언'이 나왔다.

북한청년지도자총회와 탈북민 단체, 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탈북민 청년들은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탈북민 청년 리더들은 윤석열 정부의 이서현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열렬히 환영하며, 정부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씨의 임명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고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북한에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이 씨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전 세계에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고, 국제사회가 더욱 단결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은 "이 씨는 지난 수년간 유엔과 미국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잔혹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북한 독재 체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인권 활동에 헌신해 온 인물"이라면서 "이 씨의 북한인권대사 임명은 어려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더욱 증대시키고,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국제적이고 인도적인 문제"라면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젊은 탈북 인재를 중요한 위치에 등용해 북한 인권 문제 해결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더 이상 외면되지 않도록,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 씨의 임명을 기점으로, 우리는 북한인권 개선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에는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 장관정책보좌관, 풀브라이트 장학생 장은숙, 안성혁 외 60여 명의 탈북민 청년들과, 북한전략센터 대표 강철환, (사)엔케이경제인연합회 회장 노현정,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박상학, 큰샘 대표 박정오 대표를 비롯한 총 12개 탈북민 단체장들과 개인들이 지지성명을 밝혔다.

이번 성명은 강제북송피해자연대 등 탈북민 단체들이 이 씨의 인권대사 임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지명희 강제북송피해자연대 대표,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 등을 포함한 36개 탈북민단체와 2700여 명의 탈북민들은 지난 21일 낸 성명에서 이 씨가 북한 고위층 출신으로 '특권층'에 해당한다며 인권대사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씨를 지지하는 탈북민들은 강제북송피해자연대는 법인 등록이 되지 않은 단체이고, 36개 단체들의 명의가 도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양 출신의 이서현 씨는 '김정은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의 자녀다. 이 씨 가족은 2014년 한국으로 탈북한 뒤 2016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유튜브를 비롯해 미국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가 미국 국적자로 외교부의 북한인권대사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대외직명대사인 북한인권대사는 민간인을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국제적 협력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외교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