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방국 '살상무기 지원' 요구 거세질 듯…전향적 검토할까

그간 비살상무기만 지원…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명분' 생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중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육군 탄약 공장을 방문해 포탄에 서명을 하고 있다. 2024.09.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노민호 임여익 기자 =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국들의 살상무기 지원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파병으로 인해 살상무기 지원의 명분을 얻게 됐다는 평가를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태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송하며 북한군의 참전이 개시됐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용키푸르 전쟁)과 1960~70년대 월남전 등에 소규모러 북한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참전한 적은 있지만, 사단급 병력을 전쟁에 참가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파병이 당장 전황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볼 문제지만, 만일 우크라이나의 전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면 우크라이나와 서방국들은 그동안 비살상무기만 지원해 온 우리나라에 살상무기 지원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한국이 무기·탄약류 등을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해줄 것을 수시로 요청해해 왔다.

정부는 그동안 군수물자의 경우 '한반도 안보상황 및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란 이유로 지원을 거절해 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긴급 의약품과 전투식량, 방탄헬멧·조끼, 방호복·방독면·정화통, 휴대용 지뢰 탐지기 등 비살상 목적의 군수물자로만 한정됐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여전히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포탄의 부족분을 우리의 155㎜ 포탄으로 채워 왔다. 그 때문에 서방국들의 '직접 지원' 목소리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방나라에서 참전까진 아니더라도 살상무기 등을 지원하란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지금까진 살상무기 지원을 안 했어도 이젠 정책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요구했던 살상무기 목록들이 있다"라며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할 수 있다"라고 봤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