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풍군단' 첫 대규모 파병…전쟁터서 실전능력 키우고 신무기 시험
'실전 노하우' 한반도 유사시 활용하면 핵·미사일 못지 않게 위협적
러시아의 첨단 무기 및 군사 전술 지원도 우려사항
- 박응진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정윤영 기자 = 북한이 전투병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18일 공식 확인해 발표했다. 총 파병 규모는 1만 2000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북한의 공식적인 첫 대규모 파병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능력을 키우고 각종 신무기를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첨단 무기와 군사전술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태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송했다. 북한군의 참전 개시가 확인된 것이다.
또한 러시아 공군 소속 AN-124 등 대형 수송기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수시 오가고 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용키푸르 전쟁)과 1960~70년대 월남전 등에 소규모의 북한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참전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1개 사단에 버금가는 병력을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가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 특수부대 '폭풍군단'의 10개 여단 중 1만 2000명에 해당하는 4개 여단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2차 수송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국정원은 전했다.
폭풍군단엔 우리 군 특전사에 해당하는 병력을 비롯해 저격수 부대, 공수 부대 등으로 구성된 여단들이 편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은 만큼, 적응 훈련을 거쳐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채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가 병력 부족으로 열세인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다.
사단급 병력 파병인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세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파병 병력은 우크라이나 전장 성격으로 볼 때, 저격병여단, 경보병여단, 항공육전병여단 등으로 구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파병된 병력이 기존 점령지 중 취약지역에 주둔하며 방어 및 관리 역할을 할지, 추가 점령을 위한 공격 전투력으로 활용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파병을 통해 전쟁터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전 세계 곳곳에 병력을 파병해 실제 작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실전 경험을 쌓은 파병 군인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그 노하우를 각 부대에 전해 한반도 유사시 남한을 공격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북한군의 실전 경험이 핵·미사일 못지않게 우리에게 위협적인 이유이다.
또한 이번 전쟁에선 정찰·공격용 드론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만큼, 북한군도 실전에서 드론을 사용해 볼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지난해 7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인기 '샛별-4형·9형'을 보완할 가능성도 있다.
홍 연구원은 "한국전쟁 이후 파병 경험이 없는 데다 사용 장비와 처우의 문제로 북한군의 실전력은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예병력 파병을 통해 전투 현장에서의 실전력을 테스트하고 실전 경험을 쌓아 향후 북한 내 재래식 전력 제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번 파병을 계기로 기존에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이외에도 다양한 재래식 무기들을 전투 현장에서 사용하며 데이터를 축적할 가능성이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 군사협력뿐만 아니라 실제 전쟁을 준비하는 경험을 해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그동안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무기들을 시험 평가하려고 할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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