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실전 능력' 높아지면 핵·미사일 못지 않은 위협

[긴급진단] 북한군의 우크라전 파병,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전 핵심 드론기술 전수되면…국지도발 강도 높아져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서 대대급 부대를 편성해 참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는 이를 '가짜 뉴스'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군이 전쟁터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을 경우 우리에겐 기존의 북한 무기보다 더욱 큰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제11공수돌격여단에 북한군 장병으로 구성된 '부랴트 특별대대'를 조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대대는 북한군 최대 3000명을 포함한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 소형 무기와 탄약을 보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소식통도 북한이 무기와 장비뿐 아니라 러시아의 병력 손실을 메꾸기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키이우포스트에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장교는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위험 작전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고, 미국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우려스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설은 이달 초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6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로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거의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상호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파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이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이유는 실전 경험 때문이다. 아무리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더라도 실전을 대체할 수는 없는데, 남과 북 모두 정전 이후 파병을 제외하면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미군이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에도 전 세계 곳곳에 병력을 파병해 실제 작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군은 거의 모든 장병이 실전 경험이 없다. 군의 핵심 목표인 '전쟁 억제'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라는 뜻이긴 하지만, 실제 전장에선 많은 어려움을 겪고 헤맬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3년 12월 동해선 지뢰매설 작업중인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10.10/뉴스1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은 15일(현지시간)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대담에서 "39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북한군이 실전을 통해 그들의 무기, 탄약, 기술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플린 사령관은 "북한에는 좋은 사격장이 많지 않고, 그들의 훈련은 (효과가)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다르다"라며 "실제 전장에서의 피드백을 통해 무기와 탄약, 병력의 능력을 재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은 소총과 탄약을 보급받고 있다는 보도에 비춰볼 때 실제 전투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전쟁에선 드론이 정찰·공격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북한군도 드론을 체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북한군이 참전을 통해 러시아군의 드론 및 대드론 전술을 배우게 될 경우 향후 한반도에서 국지도발이 발발했을 때 이러한 전술을 활용해 우리 군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남북한에선 지금까지 드론이 감시용으로 일부 운용됐으나 실전에서 쓴 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군의 참전은 어마어마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오래전부터 드론 무기체계를 개발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운용 경험까지 갖게 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파병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고려해 이뤄졌으며, 러시아로부터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받는 것은 물론 외화벌이의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과거 해외에 노동자를 보내 외화를 벌어왔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노동자 해외 파견이 금지됐다.

엄 사무총장은 "노동자 대신에 군인들을 보내서 그들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라며 "군인들의 희생이 당연히 발생하겠지만 북한은 그런 것보단 김정은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병력 파견은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 문제가 핵·미사일 문제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도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미국은 우크라전을 빨리 끝내는 걸 바라고 있는데, 북한의 참전으로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이번 참전이 대미 대화를 위한 하나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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