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회복하자 또 '안보 리스크'…트럼프, 방위비 '9배 인상' 주장
'안보 무임승차론' 또 피력…"주한미군 분담금 13조 6000억원 돼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최근 지지율을 회복하며 기세가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국에 대한 '안보 리스크'를 제기했다. 그가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최근 한미가 체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16일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한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국가)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한미가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 5192억 원)의 무려 9배에 달하는 액수다.
앞서 한미는 지난 4일 제12차 SMA를 체결했다. 연간증가율 지표를 국방비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로 되돌렸으며 연간증가율 상한선도 재도입해 이를 5%로 정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한미는 '미군의 역외자산 정비 지원'도 폐지하는 등 SMA가 적절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합의 도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SMA 협정은 이론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폐기될 수 있다. 국회의 비준동의 과정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는 우리의 절차와 달리 미국에서 이 협정은 의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지율을 회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SMA 합의를 뒤집을 가능성을 낮게 점쳤지만, 이날 트럼프의 발언으로 우리로서는 '트럼프 리스크'의 부활에 대한 대비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우리 측에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며 '5조 청구서'를 들이밀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한미관계 전례 없는 악화 요인을 제기했다.
이번에 언급한 방위비 비용이 실효적인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에 막대한 '안보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의사를 유지하고 있음은 새삼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SMA 재협상 요구를 한다면 우리가 유리한지'에 대한 질의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재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이미 타결된 12차 협상 결과를 기준선으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새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정부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리로선 다른 상황에 대한 대비 시나리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은 "SMA 협상을 뒤집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인 만큼 재협상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며 "12차 SMA의 적용은 2026년부터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내년 동안 한국을 '시범 케이스' 삼아 재협상을 추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가 이번에 체결한 SMA가 백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거래주의적 관점에서 트럼프와 협상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 대가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거래도 충분히 상상해 볼 만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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