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술→국방 신속획득사업 20%만 소요 결정…"619억 매몰"

[국감브리핑] 강대식 "사업 방향 따라 수백 억 원 기회비용 발생"

방위사업청이 2020년에 계약을 맺은 민간 기술 적용 공격 드론.(방위사업청 제공) 2020.12.2/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민군 겸용‧민간 선도 기술을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추진된 '신속시범획득사업'의 5건 중 1건만 실제 소요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요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엔 모두 619억 원이 투입됐는데, 이는 사실상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됐단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선정된 신속시범획득사업 36건 중 7건만 긴급소요 또는 중기소요(현존전력성능극대화사업 포함)로 이어졌다.

총예산 약 769억 원(36건) 중 약 150억 원(7건)만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나머지 619억 원은 매몰 비용이라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특히, 신속연구개발사업이 시작된 2021년 이후로는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한 소요 결정은 1건밖에 없었다.

신속시범획득사업은 4차 산업혁명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무인‧로봇, 인공지능(AI) 등 민간 기술을 국방 분야에 신속히 적용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건당 50억 원 미만이다. 이 사업을 통해선 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하는 업체의 제품을 6개월 안에 납품받아 6개월간 운용해 본 후 합동참모본부가 긴급소요 또는 중기소요로 결정해 후속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신속연구개발사업은 신기술을 신속하게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소요가 결정되지 않은 무기체계 등에 대해 2년 안에 시제품을 개발한 후 6개월간 군이 시범 운용하고, 성능입증시험을 통해 군 활용성을 확인하는 사업이다. 구매 형태로 추진되는 신속시범획득사업의 특성을 보완해 유연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연구·개발(R&D)까지 확장한 것으로, 사업비는 건당 500억 원 미만이다.

신속연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이는 기존 신속시범획득사업과 통합돼 신속시범사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신속시범획득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 관리만 하고 신규사업 선정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폐기된 상태라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선 필요한 장비를 6개월 안에 제작·납품받아야 하는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속연구개발사업은 군이 원하는 맞춤형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어 시범사업 종료 후 신속시범획득사업보다 더 많은 무기체계가 전력화로 연계 가능하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신속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된 15건이 현재 군에서 시범 운용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 소요가 결정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은 시작은 거창했는데, 결과는 초라했다"라며 "신속시범획득사업 추진 1년도 되지 않아 신속연구개발사업을 별도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속시범획득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라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하나의 안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옵션들을 고민해 최선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대식 의원실 제공)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