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일본처럼 중국에도 '미래지향적' 언급…'관리외교' 본격화

'상호존중' 재확인하며 한 발 더 진전…관계 개선 동력 잇기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 주최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답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4.10.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이어 한중관계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이라는 비전을 언급해 대(對)중국 '관리 외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 강연자로 나서 한중관계와 관련해 기존의 '상호존중' 원칙을 재차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중국에 대해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 국군·유엔군과 싸운 역사가 있다"라면서 "이런 과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경제·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출범 이후 대중외교 정책 기조로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을 둔 이른바 '당당한 외교기조'를 이어왔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지만 '미래지향적'이라는 의미를 부가한 것은 되짚어 볼 만하다.

그간 윤 대통령은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한일관계가 아닌 한중관계에 대해 '미래지향적'이라는 용어를 공개석상에서 사용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의 대중외교는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상호존중이라는 계산서를 내미는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제는 미래관계 정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이후, 한중 양국 간 조성된 긴밀한 고위급 소통 등 관계 개선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한중 양국은 이번에 차관급으로 격상된 한중 외교안보대화(2+2)를 6월에, 제10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7월에 개최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지난 5월 베이징, 7월 라오스, 9월 미국에서 두 달 간격으로 만나기도 했다.

한중 양국은 이런 고위급 소통의 동력을 오는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까지 이어간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양국은 각각 경제 분야 협력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 견인, 미국 대선을 앞두고 주변국 관리 외교라는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내년 11월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의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 한중관계 개선의 '방점'을 찍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