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 '쾌속 타결' 했지만…트럼프 '파기 선언' 여전히 가능하다
대통령 권한으로 파기 선언 가능…실제 파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가 4일 '속도전'으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미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전격적으로 협정을 파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우리 측에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며 '5조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한때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한미관계 악화 요인이 됐다.
우방 국가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트럼프식 외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최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는 제12차 협정을 통해 연간 분담금 증가율 지수를 국방비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로 대체하고, 연간 증가율 상한선도 도입하면서 이 협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미국 대선이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리스크'의 부활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한국에 '무임승차론'을 펼치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동맹에 대한 '흥정 외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국회의 비준동의 과정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는 우리의 절차와 달리 미국에서 이 협정은 의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된다. 국가 간 협정과 조약은 한 국가의 주권 사항으로 간주해 이론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따라 파기가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해도 이번 합의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우선 SMA를 뒤엎는다면 오히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국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명분'이 된다.
SOFA 5조에는 한국은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 측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미국의 경제 상황 악화와 한국의 경제 성장이 맞물리면서 미국이 우리 측에 방위비를 분담할 것을 요구해 SOFA 5조를 임시 중단시키는 '특별 협정'이 체결돼 왔다.
그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SMA의 파기를 선언해 협정 공백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 측은 오히려 SOFA 5조의 '재적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 투입해야 할 역량이 늘어나면서 국제정세가 현재 한미일, 한미 협력이 유지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측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할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큰 틀에서 트럼프가 이 협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외 연합훈련 때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을 다른 방식으로 우리 측에 부담하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안을 만들어 협상하자고 나올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역시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 대만이 가장 큰 문제이고 최근엔 중동도 큰 문제 거리"라며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에 무리하게 분담금을 부담시킨다면 반대로 미국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계산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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