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전 한미 방위비분담금 쾌속 체결…'트럼프 리스크' 대비
5개월 만에 8차례 회의…기존 협정 기간 1년 이상 남기고 완료
- 허고운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정윤영 기자 = 한국과 미국이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협상 개시 5개월 만에 타결했다. 적용을 1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방위비 분담금을 정한 건 오는 11월 미 대선 당선자에 따라 협상이 지연되거나 협상 내용에 변화가 오면 곤란하다는 한미의 공감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지난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한 이래 총 8차례에 걸쳐 협의를 가진 결과, 지난 2일 협정 본문 및 이행약정 문안에 최종 합의했다.
제12차 특별협정이 적용되는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우리 정부는 협정 체결을 위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등 국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제12차 특별협정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제12차 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 기간 5개월은 과거와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회의 횟수도 8차례로, 이전엔 10차 이상 회의가 종종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합의가 이뤄졌다.
한미는 지난 4월 23~25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5월 21~23일 2차 회의, 6월 10~12일 3차 회의, 6월 25~27일 4차 회의, 7월 10~12일 5차 회의, 8월 12~14일 6차 회의, 8월 27~29일 7차 회의, 9월 25~27일 8차 회의를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을 서둘러서 하진 않았고, 충실하게 논의할 내용을 했다"라고 말했지만 회의 간격이 평균 2~3주로, 빠른 타결을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협정 체결은 11월 미 대선 이전을 목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재임 시절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지난 협의 내용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한국 여론의 악화 등을 감안하면,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미가 또 마찰을 겪을 경우 한미동맹 악재로 비화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켰고, 미 행정부 교체가 있더라도 이 같은 성과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셕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을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의회에 설명을 할 시간과 이의 제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하게 잡은 것으로, 예년 협상에 비하면 굉장히 빨리 타결했다"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11월 대선 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대선 이후로 넘어가고 대선 결과가 나오면 복잡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11차 협정 당시엔 한미가 잠정 합의에 이르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하면서 1년 3개월간 협정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두 달 뒤인 2021년 3월에야 2020~2025년 6년 유효기간의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이 과거 협정 공백으로 인해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불거졌던 상황 재발을 막기 위해 신속한 협정 체결에 나섰다는 풀이도 나온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강화하는 가운데 주한미군 전력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오는 것을 미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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