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협상 속전속결…2026년 8.3% 늘어 '1.5조원'
'소비자 물가 연동' 인상률 낮추고 상한선 재도입
2030년까지 5년 적용…역외자산 지원 폐지도 성과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과 미국 양국이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개시 5개월 만에 빠르게 타결했다. 5년 다년 계약으로, 특히 연 인상률 산정 때 '국방비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 지수로 다시 적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11차 대비 연 인상률을 낮추는 등 '안정성'을 확보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지난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해 총 8차례에 걸쳐 협의를 갖고 지난 2일 협정 본문 및 이행약정 문안에 최종 합의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한국이 분담하는 비용이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된다.
제12차 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이다. 최초년도 총액은 1조 5192억 원으로, 이는 내년 방위비 총액 1조 4028억 원보다 8.3% 증액된 금액이다. 제11차 때는 최초년도 인상률이 전년 대비 13.9%였다.
2026년도 총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 6.2%에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군사건설 분야에서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용 증액으로 인한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한미는 11차 특별협정에서 연 인상률 산정 때 연간증가율 지수로 정했던 국방비 증가율을 과거와같이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로 되돌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 8~9차 협정 때 적용했던 방식이다. 또 연 증가율의 상한선을 5%로 정해 과도한 방위비 산정에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오는 2027년부터 2030년 연도별 분담금 총액을 정할 때 적용된다.
국방비 증가율은 소비 물가지수 증가율보다 높기 때문에 이번 합의에 따라 우리 측의 방위비 분담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11차 협정 기간 동안 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4.3%로, 2%대인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에 비해 인상 폭이 높았다.
한미는 또 연도별 분담금 총액을 산정할 때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도 설정했다. 11차 협정 때 연평균 방위비 인상률이 6.2%였던 것을 감안하면 연평균 5%로 상한선을 설정한 것은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아울러 상한선 역시 11차 협정 때는 없던 것으로, 안정적인 방위비 분담금 체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이전 협정과 비교해 12차 협정 기간 중 전체 방위비 분담금 규모의 상승률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이번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운영의 효율성·투명성·책임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합의해 결과물을 도출했다. 특히 미군의 '역외자산 정비 지원'을 폐지한 것이 눈에 띈다.
한미 양측은 이번에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한 수리·정비 용역은 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해당된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연합훈련이나 대북 억지를 위해 때때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의 역외자산 정비에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간 방위비 분담금이 역외자산 정비에 일부 사용되는 것과 관련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관련 용도로 분담금이 사용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한미는 또 한국 정부와 국회의 예산 심의 절차와 시기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 방위비 분담금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군사건설사업 선정 절차를 예산심의 절차에 맞게 조정하고 한미 합동협조단(JCG)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군사지원 분야에서 '5개년 사업계획 제출 요건'을 신설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연간 계획된 사업의 변경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매년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를 현물 군사건설 사업비의 3%에서 5.1%로 증액해, 군사건설 사업 품질과 안전관리를 제고하는 데 있어 한국의 역할을 강화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번 합의는 과거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 과정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2차 협정 협상이 개시된 건 11차 특별협정 종료 기간이 1년 반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8차~11차 협정이 앞선 협정 만료 후 상당 기간이 지나 소급 발효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특히 11차 협정 체결 때는 협상 기간만 17개월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5개월 만에 타결됐다.
외교가에서는 한미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한미동맹 강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한국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현행보다 5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이 문제를 다시 '흔들' 가능성이 있지만 차기 미국 대통령의 임기 후에 만료되는 합의를 타결함에 따라 이를 통제할 강력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상호 이해와 신뢰, 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양측이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비교적 신속히 도출했다"라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한미 양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협정 체결을 위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등 국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제12차 특별협정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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