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 핵보유 인정의 역설…"자국 核 독점권 부인하는 꼴"

러 "北 비핵화, 종결된 문제" 북한 주장 두둔…'밀착의 역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자국을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P5)의 핵 독점권을 부인하는 역설적인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자체 부인하는 러시아로서는 한국 내부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을 비판할 명분마저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 30일 나온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27일 공개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논의 의제 밖의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이 한일과 함께 소위 확장억제 하에서 점점 더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조성하는 계획을 모색해 왔고, 핵·미사일이 다른 자위적 수단과 함께 북한 독립·안보의 기반이라는 북한 측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입장은 북한이 한국과 일본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에 맞서 핵과 미사일을 통한 자위권을 행사하는 입장을 이해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이 발언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서 나왔단 점이다. 1968년 채택된 NPT는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그 외 모든 핵보유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NPT 체제에서 '핵 독점권'을 합법적으로 갖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함으로써 자국의 핵보유 합법성을 인정하는 조약을 부인한단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해당 입장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존립 근거 자체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의미가 된다.

북러관계의 밀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북러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체결 이후 강화되고 있다. 급기야 북한의 핵보유라는 '금기'를 어기며 국제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NPT 체제에서는 핵 독점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가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 러시아가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게다가 더 강화되는 한미의 확장 억제나 한미일의 협력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비판을 제기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러시아는 유엔 상임이사국과 NPT 체제 준수 의무를 망각하고 특별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단기 이익에 매몰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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