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필리핀 노병, KAI 전시관 찾아…"지금도 싸울 자신 있다"
증손자가 공사 위탁교육 중…"졸업 후 FA-50 몰 생각에 신나"
- 국방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마닐라·서울=뉴스1) 국방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필리핀 참전용사들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안방산안보전시회(ADAS) 2024'에 마련된 우리 기업의 전시관을 방문했다.
필리핀의 파치아노 유헤니오(97), 플로헨도 베네딕토(94), 프루덴시오 마누엘(86) 씨는 25일(현지시간) 오후 2시 ADAS 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시관을 찾았다. KAI는 전시장 부스 한쪽 벽면을 6·25전쟁에 참전한 필리핀 군인의 이름으로 채워 넣었다.
마누엘 씨는 참전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은 초가집만 있던 가난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너무 부강한 나라가 돼 부럽다"라고 말했다. 마누엘 씨의 증손자는 지난해부터 한국 공군사관학교 3학년 생도로 위탁교육 중이다. 그는 "증손자가 공사를 졸업하면 FA-50을 몰고 다닐 생각을 하니 너무 신이 난다"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씨는 3년 동안 2회에 걸쳐 참전한 군인으로, 방문 현장에서도 '아리랑'을 흥얼거렸다. 베네딕토 씨는 "잊지 않고 이렇게 초대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지금도 적과 싸울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참석자 중 최고령인 97세의 유헨니오 씨는 전시관에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땡큐'와 '감사합니다'를 계속해서 말했다.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먼저 지상군을 파병했다. 당시 필리핀군의 파병 규모는 5개 대대 7420명으로, 파병국 가운데 5번째로 많았다. 필리핀군은 전쟁 도중 116명이 전사했고 16명이 실종됐다. 또 299명이 부상을 당했다.
필리핀은 국산 전투기 FA-50PH 12대를 도입하는 등 현재 한국과 안보·방산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KAI는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필리핀 마닐라의 'PEFTOK 전쟁기념관'에서 필리핀 6·25참전용사와 유가족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하며, 2800만 원 상당의 의약품 및 학용품 등을 지원했다.
KAI는 이번 전시회 기간 필리핀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24일 필리핀 한국전쟁 참전비를 찾아 헌화하기도 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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