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前수사대장 "유재은 '혐의자·죄명 다 빼고 이첩 방법 있다'고"
'VIP 격노설'에 대통령실 '답변할 수 없다' 취지로 사실조회 회신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원 사망사고 관련 해병대의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에게 경찰에 넘길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죄명을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얘기했단 진술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해병대의 박세진 전 중앙수사대장(중령)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 항명 혐의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부의 신문에 이렇게 답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유 전 관리관이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 5월 17일 4차 공판 때 박 대령과의 통화에서 '이러시면 안 되잖아요. (혐의자명, 혐의내용) 다 빼시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에 대해 "그러지 않았다. 제가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대령과 유 전 관리관간 2차례의 통화를 1차례는 스피커폰을 통해, 1차례는 휴대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었다는 박 중령은 "(유 전 관리관은)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죄명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는 형태로 얘기했던 것 같다"라며 "처음엔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2명만 (혐의자에서) 빼라고 하다가, 그게 안 되니 사건인계서에서 죄명, 혐의자를 다 빼라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박 중령은 "(당시 박 대령은 유 전 관리관에게) 위험한 발언이란 말씀도 했다"라며 "(그러면서) 언성을 높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그 방법이) 법과 원칙엔 안 맞다는 형태로 말씀했다"라고 부연했다.
박 중령은 "(박 대령과 유 전 관리관 간 통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제가 박 대령에게) 녹음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박 대령은) 아이폰이라 안 된다고 해 녹음 방법까지 알려드렸다"라고도 했다.
지난해 8월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저에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이 박 대령에게 전화를 해 "지금이라도 혹시 (사건 이첩을) 멈추라고 하면 멈출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고, 박 대령은 "죄송하다. 그렇게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고 박 중령은 전했다.
이에 김 사령관은 "알았다"라고 답한 후 전화를 끊은 뒤 다시 박 대령에 게 전화를 걸어 "(사건 이첩) 안 된다. 지금 멈추라"라고 박 중령은 진술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30일 박 대령이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원 사망 사고 조사결과를 보고했고 이 장관은 박 대령에게 "고생했다"라고 격려해줬다는 얘기를 박 대령으로부터 들었다고 박 중령은 언급했다.
박 대령은 이 장관에게 보고 후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해 박 중령에게 "보고 잘 끝났고, 예정대로 (경찰에) 이첩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이 사건을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이 장관을 질책했다는 얘기를 들었단 박 대령의 발언을 박 중령은 들었다고도 밝혔다.
이 발언을 포함한 'VIP 격노설'에 대해 재판부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사실조회를 요청했으나, 지난 24일 대통령실의 회신 내용엔 '답변할 수 없다'란 취지의 답만 담겼다고 박 대령 측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이날 임기훈 국방대 총장(중장·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오혜지 해병대법무과장(대위)이 증인으로서 불출석함에 따라 직권으로 박 중령 및 권인태 전 해병대 정책실장(대령)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대령 측 정구승 변호사는 이날 재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증인 불출석을 통해 재판 지연 행위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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