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브릭스·러시아판 나토에 '눈독'…'반미 연대' 강화 노림수

北 외무상, 유엔 아닌 러시아 行…서방 주도 국제 기구 '경시'
전문가들 "중러 다극 질서 빌드업" vs "가입 가능성 없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 2024.1.1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최근 외교 활동의 폭을 넓히며 국제기구에 가입하기 위한 밑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 주도의 주요 7개국(G7)에 대응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플러스(+) 등 국제기구에 합류해 반미 연대를 노리겠단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상은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제4회 유라시아 여성포럼과 제1차 브릭스 여성포럼에 참석했고, 연설에선 자주와 정의에 기초한 '다극화 세계 건설' 필요성 등을 피력했다.

북한은 같은 시기에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는 대사급을 파견하며 서방 주도의 국제기구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고립주의'에서 변화하는 외교전략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동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하며 지지한다"란 방침을 명기했는데, 이를 두고 러시아가 참여하는 국제기구에 북한의 가입을 위한 판을 깔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이 가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협의체로는 '러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불리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브릭스 플러스' 등이 언급된다.

2002년 러시아 주도로 창설된 CSTO는 옛 소련 6개국 간 협의체인데, 최근 아르메니아의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러시아는 영향권 약화를 상쇄하기 위해 북한의 합류를 적극 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또 러시아가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북한의 가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최근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가 '윌밍턴 선언'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과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면서 러시아도 대응 차원에서 북한의 다자협력체 가입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쿼드의 '월밍턴 선언'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더더욱 북한의 (다자 협력체)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CSTO에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브릭스 플러스에 합류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북한의 합류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는 '다극 질서'라고 하는 '빌드업'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이 안보협의체에 가입한다면 그들의 대외 정책 3대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자주'가 훼손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간의 대외 정책의 기조나 전통을 볼 때 북한의 가입 가능성은 없다"라며 "북한은 '주체'를 핵심 가치로 얘기를 해 왔고, 그들이 말하는 자주국방은 집단안보 체제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박 교수는 "북한의 최근 행보를 봤을 때 신냉전이 도래했고 냉전 진영 주의의 다극체계 담론 주장으로 본다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은 있다"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