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日 새 총리 선출…'한일관계 진전' 지속일까 중단일까

日 집권 자민당, 27일 총재 선거…세 후보 외교 성향 뚜렷한 차이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일관계가 '진전의 새 고비'를 맞이했다. 유력 후보 3인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의 개선 흐름이 지속될 수도, 다시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된다.

오는 27일 예정된 선거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정책 지원단체 회원) 367표를 합쳐 전체 734표 중 과반을 차지한 인물을 총재로 선출한다. 그러나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자가 없을 경우 상위 1·2위 후보는 결선을 실시, 국회의원 367표와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47표를 합쳐 당선자를 발표한다.

현재 여론·동향 조사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는 만큼 결선 투표는 확실시되는데,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리틀 아베'라는 수식어가 붙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 '4전 5기'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맞붙는 3강 구도로 굳혀졌다.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족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다카이치는 최근 보수층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으며 선거에서 다크호스를 넘어 당선을 노릴 수 있는 후보자로 거듭나고 있다. 문제는 그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힌다는 것이다.

실제 다카이치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내 마음의 문제"라며 자신이 총리로 선출된 이후에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계속 참배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야스쿠니 신사는 하와이 진주만 기습공격을 명령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 등 246만 6000여 명이 합사된 곳인데,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이 밖에도 다카이치는 지난 2022년 2월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침 뉴스에서 오늘이 '고양이의 날'이라고 소개됐지만 이날은 '다케시마의 날'이다"라며 "영토와 주권을 생각하는 소중한 날"이라고 적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다카이치가 노골적으로 한국에 적대감을 표출하는 인물은 아닌 데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정권이 이뤄 놓은 한일 및 한미일 관계 공고화가 중요하단 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기시다의 외교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 안보 담당상이 9일 (현지시간) 도쿄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2024.09.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고이즈미와 이시바는 전반적으로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다져놓은 한일관계 모멘텀을 지속 또는 개선시킬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증조부부터 4대째 이어온 정치 명문가의 고이즈미는 한일관계 관계에 있어 여타 후보들처럼 '협력이 필요하다'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기시다 총리의 외교 노선을 계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각에선 그가 매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섰던 점을 우려사항으로 꼽기도 한다. 다만 고이즈미는 총리 선거 출마 후엔 "(참배 여부를) 적절하게 판단하겠다"라며 유보적 태도로 선회했다.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총재 도전'이란 각오를 밝힌 이시바는 3명의 후보 가운데 한일관계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시바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고, 과거사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전향적 입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과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구상은 한국의 외교 노선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잠재적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한국은 양국 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다리고 있지만, 적절한 수준의 조치가 이뤄질지는 차기 일본 총재에 달려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해법 발표 당시 '물컵의 절반이 찼다'라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의 나머지 반이 채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사람 다 공통적으로 한일관계를 잘 이어가야 한다는 컨센서스는 있다.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일본이 얼마나 호응하고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냐'가 하나의 관건이 될 텐데 한일관계의 변화 여부는 새로운 총리의 의지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