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대선 앞두고 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다음은 핵실험?
전문가들 "핵실험 전조는 아냐"…'살라미식 핵위협' 제기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미국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 문제에 관심도가 떨어진 미국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제7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하는 '살라미식 위협'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지도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릴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핵탄두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현재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평양 부근 강선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번 시찰에서 "미제 괴수·추종세력의 핵위협 책동이 위험 한계를 넘어섰다"거나 "항구적으로 미국에 대응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핵 개발이 '반미 투쟁'을 위해 진행되고 있음을 부각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하는 행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민주당·공화당 양당 정강 정책에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지고, 미 대선 국면에서도 북한 관련 사안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북한도 당장은 외교에 관심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지만 관심도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의식할 필요가 있어 전격적인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가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9·9절(북한 정권수립일)을 맞아 간부들을 모아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 건설 정책을 드팀없이 관철해내가고 있다"라며 '핵역량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우라늄 농축시설이라는 '극비 시설'을 공개하면서 미 대선까지 핵 관련 행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가 곧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황으로 보기엔 아직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핵실험이라는 이벤트 후 북한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리적 위협을 과시하는 핵실험이 가져올 리스크, 정치적 위험이 너무 크다"라며 "이를 대체하면서 강하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카드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핵실험은 별개로 봐야 한다"라며 "북한이 트럼프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작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이 반드시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신승기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7차 핵실험을 위한 '직전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라며 "핵실험 전에 여러 가지로 단계를 나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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