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얼개 드러낸 해리스…'DMZ·동맹' 있지만 '비핵화'는 빠져

전문가 "美 '北 비핵화' 포기 안 해…다만 접근법 수정 조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오후 경기 파주시 오울렛OP에서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동맹 중시' 내용이 담긴 외교 정책 비전을 제시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는 외교 정책 구사를 예고했다.

해리스 대선캠프는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새로운 앞길'(A New Way Forward)이라는 제목의 사실상의 공약집을 통해 사회·경제·외교·국방 등 분야별로 정책 개요를 간략히 소개했다.

공약집의 외교·국방 분야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022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사실이 기술돼 있다. 캠프는 이 행보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공약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안보 위협에 맞서고 외국의 지도자들과 협상하며 동맹을 강화하고 해외의 용감한 군대와 협력해 왔다"라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군 통수권자로서 미군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전투 병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현 행정부의 외교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해리스 캠프는 특히 트럼프 2기 정책 제안집인 '프로젝트 2025'를 언급하며 "그는 재임 중에 독재자들과 어울리고 동맹국에 등을 돌렸다"라고 지적하며 외교 정책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09.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이번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달 정강 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담지 않아 미국이 향후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럴 경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장 등이 나서 '북한 비핵화는 항상 우리의 목표였다'는 입장을 전하며 우려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새 정강 정책에 이어 차기 대권 후보의 공약집에서도 '비핵화'가 빠지면서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이미 기정사실화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긴 어렵게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 보유라는 현실을 반영하려는 조짐이 감지된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첫 TV토론에 나선다. 이는 미 대선 향방을 가를 '핵심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서 미국의 대선 후보들의 '동맹관'과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재차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