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위안부, 독도…한일 대학생들의 솔직한 과거사 토의
한국 외대·아오야마대 학생들 20여명, 한일 갈등 해법 모색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일은 왜 역사 인식의 간극을 좁힐 수 없을까.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한일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난 7일 서울에서 개최된 '미래세대가 전하는 한일관계' 세미나에서 한국 외국어대학교와 일본 아오야마대학생 20여명은 강제징용·위안부·독도 등 한일 간 갈등 사안에 대해 토의하고 한일이 함께 나아갈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은 일본이 주장하는 사과 이후의 행보가 이중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피해국인 한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측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변제가 이뤄졌기에 한국이 더 이상 불가역적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측 학생들은 "당시 고통받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살아 있는데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한국 정부 산하 기업이 배상하는 것은 완전한 해결 방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현재 한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3자 변제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양국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강제징용 관련 역사 교육과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이 공식적인 성명서를 통해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일본 측 학생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완전하고도 최종적이므로 한국은 어떤 주장도 추가로 펼칠 수 없다"며 "'제3자 변제' 관련 2018년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징용 피해자 15명 중 11명이 배상금을 수령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역사 교과서에는 강제성 표현이 줄어들고 있어 강제노역에 시달린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인식을 금전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징용 유족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에도 간극은 존재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했다는 우리 측 주장과 달리 일본 측은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강제 연행에 대한 증거가 없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상도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일본 학생들은 "일본 정부는 아베 정권 시절에 10억 엔을 지출해 합의 시점에 199명 중 64명 유족들에게 배상을 실시한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중에는 "불가역적인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합의했기에 '한국이 더 요구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 다가서는 관대한 자세가 필요하다"라거나 "피해자를 마주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라는 발언도 나왔다.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은 '분쟁의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일본 측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 학생들은 "한국은 애초에 독도가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 이 권리를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영토 분쟁 자체에 대해 ICJ에 회부하자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지칭하는 단어)는 일본해상에 위치해 있다"며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일본이 포기해야 할 지역엔 독도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ICJ는 공정한 판단을 해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받아줬으면 한다"면서 또 다른 해결 방안으로 "상호 다름을 이해하고 (독도를 둘러싼) 공동 개발을 통한 기술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연에서 "한일 간에는 지정학적 연계성과 지리적 근접성, 전략적 보완성과 사회문화적 유사성에 따라 협력할 이유가 넘치지만, 한국의 대일본 인식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력의 중요성, 필요성, 당위성은 존재하지만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은 과제의 영역"이라며 "이 부분을 제대로 마주해보자라고 하는 게 오늘 자리를 마련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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