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뺀 정강 수습 나선 美 민주당…우려는 여전

전문가 "美 핵 비확산 기조 유지…'동맹 보호에 집중' 기류 변화는 감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 날 무대에 올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08.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민주당이 새 정당 강령(정강)에 '북한 비핵화' 표현을 삭제한 뒤 이에 대한 우려 여론을 챙기며 집중적으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 소속 벤 카딘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메릴랜드)은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카고에서 외신 브리핑을 갖고 '해리스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항상 우리의 목표였다"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정강 작성에 관여한 콜린 칼 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전날 "한반도 비핵화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로 남아 있으며 해리스 정부가 출범해도 그럴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이 최근 공개한 92쪽 분량의 '2024년 정강 개정안'에는 이전 정강에 있던 '북한 비핵화 목표'와 '북한 인권' 관련 내용이 빠졌다.

미국 조야에서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협상 등을 시도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던 터라 민주당 정강에 대한 각종 해석이 제기됐다. 향후 북한과의 대화 국면에서 비핵화 대신 '핵 군축'을 출발점으로 상정해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이 목표가 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새 정강에도 '북한 비핵화' 관련 문구가 빠지며 이같은 우려와 논란은 지속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2개의 전쟁'을 치르는 미국이 새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교착 국면인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며 관련 외교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지난 6월 한국·미국·일본 3국의 최초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는 가운데 갑판 위에 각종 전투기들이 줄지어 있다.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이런 가운데 우려 여론의 '진화'에 나선 민주당이 보다 선명하게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목표, 그리고 '동맹 중시' 기조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한미 양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는 '불변'이라는 입장이다. 정강은 구체 이슈에 대한 정책을 모두 포함하지 않고 있는 만큼 분석·평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갖고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의 3가지 문건을 채택했다.

이중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견지'에 대한 공통의 입장을 담은 바 있다. 3국 정상은 지난 18일 정상회의 개최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통해 "전례 없는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민주당의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가 빠졌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핵 비확산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다만 당장은 북한 비핵화보다는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지키는 쪽으로 더 무게를 싣는 기류는 감지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