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김형석 관장 임명 철회해야 광복절 경축식 간다"

"마지막 문은 열어둬"…'친일인사' 기용 문제 해결도 요구

광복회 이종찬 회장(오른쪽)과 김진 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열린 유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선수 독립유공자 유족회원증 수여식에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부가 '친일인사' 기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광복회가 '뉴라이트', '친일파'로 규정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철회·해임할 경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 경축식 참석에 대한) 마지막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라며 "저로 하여금 자유롭게 내일 식장에 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 정부에서 '대일정책은 옛날 그대로이고, 당신이 지지했던 그대로'라고 해주고, 친일적 인사는 차츰차츰 해결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라며 "단 독립기념관 문제는 당장 해결하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제가 광복회원들에게 '정부에서 요구를 들어줬으니 가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특히 김 관장에 대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으니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라고 비판하며 "이것을 계기로 자기 입장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차적으로 물러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광복회는 매년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김 관장의 취임에 반대하며 서울 용산구 소재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열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광복회원,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인사들만 초청하고 정치권 인사의 참석은 사양하기로 결정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열린 유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선수 독립유공자 유족회원증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 회장은 "이 일의 발단은 인사 문제이지만 이후 여러 상황을 보니 독립기념관 외에도 여러 인사가 전부 친일 인사로 가고 있다"라며 "광복회 입장에선 대단히 우려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가 1945년 광복을 맞이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광복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친일 정책의 종착점은 건국절 논의의 소생이 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가) 점점 친일적으로 가는 걸 견제하거나 경고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독립운동가) 후손단체인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대일 자세를 더 철저하게 해주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우리가 불참하는 명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저는 윤석열 정부의 '친일 정책'에 지지를 표명한 사람"이라며 일본과 과거사 문제는 다투더라도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는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까지 일본과 계속해서 갈등이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과거 저질러진 불법행동을 우리가 묵과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일본에게 무릎을 꿇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정부가 모든 친일인사를 배제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도 믿을 것이고, 나아가 대통령의 대일정책에 아주 큰 무기가 되는 것"이라며 "광복회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힘을 보태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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