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쪽 난 광복절' 봉합 가능성 희박…독립기념관장 인사 충돌 격화

"참석해 달라" 보훈장관 설득에도…광복회장 "김형석 사퇴해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13일 오후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설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을 방문, 이종찬 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2024.8.13/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취임의 적절성 논란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으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단체 광복회는 물론 민주당 등 야권도 정부의 경축식 행사에 불참을 선언하고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당분간 '역사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1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을 만나 광복회의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같은 날 광복회 서울특별시지부·경기도지부 회원 및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 관장의 사퇴 및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독립기념관장 선발 절차가 불공정했다며 오영섭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회장에게 '건국절 추진 계획이 없다'라고 설명하며 광복회의 행사 참석을 설득하는 문자를 보낸 바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 관장 임명을 만류하는 편지를 세 번 보냈으나 답을 듣지 못했고, '모욕감'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항단연)도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기념식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광복절은 매년 국가원수가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남북한이 유일하게 같은 날로 기념하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경일이다. 1965년 설립된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복회는 2008년 건국절 논란으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검토했다가 정부의 사과 이후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김 관장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뉴라이트가 아니고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전·현직 단체장 및 시구의원들이 13일 시의회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8.1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김 관장은 사퇴설을 일축한 뒤 "엉뚱한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하게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광복회 등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광복회는 "논박할 가치도 없고, 토론에 임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라고 받아치며 갈등이 진화되지 못했다.

김 관장은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야권은 독립기념관을 넘어 대정부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관장 임명과 건국절 논쟁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독립운동가 선양단체의 한 회원은 "김 관장의 임명 철회 외에는 광복회와 야당을 설득할 방법이 없어 보이지만 정부는 그에 대한 선을 그었기 때문에 광복절을 하루 남기고 극적 봉합은 불가능해 보인다"라며 "내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더욱 갈등이 커질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건국절을 둘러싼 대립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1948년을 기준으로 2008년 당시 건국 60주년 사업을 진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국정역사교과서에 '1948년 건국절'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다만 이들 방안은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2년 후 2019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못 박아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보수 진영은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추진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1919년과 1945년 모두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보도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건국을 몇 년에 했느냐는 논쟁 상황을 독립운동가 등 대한민국을 애쓴 지도자들이, 국민들이 원하겠느냐"라며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현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