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외교안보라인 재배치…안보실장 권한 축소됐나
尹, '외교책사' 헨리 키신저 역할 새 외교안보특보에 부여
美 대선 등 염두…안보실장은 대북 등 '안보' 사안 총괄에 집중할 듯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을 군 출신 인사로 전격 교체했다. 동시에 '역대급 권한'을 가진 외교안보특보를 신설했는데, 대통령실 안보실장의 권한이 이전보다 축소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13일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지명하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내정했다.
7개월여 만에 국가안보실장이 교체되는 것인데, 이를 두고 외교라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이야기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군 출신의 인사를 새 안보실장에 기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4강 외교'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2년 넘게 이어진 북한의 고강도 군사 위협 행보가 더 심화되면서 안보 사안을 더 긴밀하고 엄중하게 챙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외교안보특보에 전례와 다른 수준의 권한을 주면서 유연하지만 주도적으로 외교 사안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새 외교안보특보를 상근직으로 임명했는데, 이는 과거 청와대의 특보들이 비상근직으로 일종의 '명예직'으로 여겨졌던 것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실 청사로 출퇴근하며 특히 장 특보가 직접 5~10명의 '특보팀'을 구성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과거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역할을 모델로 삼아 장호진 특보를 임명한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한다. 주요 외교 사안을 보다 융통성 있게 챙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VIP(대통령)가 새 특보에게 '대신 외교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장 특보는 향후 막후에서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을 중심으로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특보의 역할 '확대'가 사실상 안보실장의 권한을 축소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대통령싱 내부에서 불필요한 기싸움, 신경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장 특보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세 명의 안보실장이 외교·국방·통일 현안을 모두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전문성을 보장한 사실상의 '조직 개편'으로 안정적인 외교안보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이번 인사의 성패는 전·현직 안보실장의 '역할 분담'과 '케미'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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