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서 발생한 대북제재 위반…힘 잃은 유엔, 대응도 어렵다

우크라전·'신냉전' 정세로 '식물 안보리' 전락

북한 대표팀 선수단 관계자들이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16강 북한과 일본의 경기에서 리종식·김금영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2024.7.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제공받으며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응해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해 실질적인 단속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파리올림픽을 맞아 특별제작한 '갤럭시 Z 플립6'와 케이스를 1만 7000여 명의 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은 선수촌 내에 '삼성 올림픽 체험관'을 방문해 스마트폰을 수령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 대표팀 관계자도 선수단 몫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를 채택하고, 북한과의 거래 금지 품목에 'HS 코드'(국제 통일 상품 분류 체계)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중 HS코드 85인 전기장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전기장비는 당초 민간용으로 개발됐어도 향후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북한으로의 직·간접적인 공급·이전·판매가 금지된다. 스마트폰도 적용 대상이다.

대북제재 위반 여부의 관건은 스마트폰이 북한 내로 반입되느냐에 달렸다. 아직 북한 선수단이 일부라도 귀국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올림픽 개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하는 IOC 측에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올림픽 주최국인 프랑스의 '관리 소홀' 문제도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안보리 제재 위반이 확실해질 경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미중패권 경쟁으로 안보리는 최근 수년 사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31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다이빙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경기를 찾은 북한 관계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하고 있다 . 2024.7.31/뉴스 ⓒ News1 박정호 기자

특히 지난 4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전문가 패널이 해체되기도 했다. 전문가 패널은 그간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안보리 회원국의 대북제재 이행 내용을 연 2회 보고서 형식으로 발간하는 등 실질적으로 '대북제재 감시자'의 역할을 맡아 왔다.

북한의 각종 군사 도발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로 안보리 차원의 규탄 메시지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안보리의 대북제재 감시 및 위반 관련 대응 기능은 힘을 상당히 잃었다. 그 때문에 북한의 스마트폰 반입이 이뤄지더라도 결국 별다른 대응 없이 사안이 흐지부지 종결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나온다.

이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당시 정부는 안보리 결의 제2356호의 '여행 금지' 대상이었던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방남을 위해 일시 제재 면제를 대북제재위에 요청해 이를 받아냈다. 또 북한 선수단에게 스마트폰 지급을 제안하면서 '대회 종료 후 반납'이라는 조건을 걸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결국 '스마트폰 반납 조치'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추가적인 결정 및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IOC는 이번 논란이 제기된 이후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