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내부 싸움에 난맥상 지속…軍 기밀 공작명까지 노출돼

사령관-여단장 갈등으로 고소까지…'광개토 사업' 암호명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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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의 해외·대북 첩보를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의 사령관과 여단장이 법정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정보사의 기밀 공작명과 공작 방식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기강과 비밀 유지가 핵심인 정보사의 '난맥상'이 계속 노출되면서 정보사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7일 군에 따르면 정보사령부 소속 여단장 A 준장은 사령관 B 소장과 올 초부터 정보사 출신 예비역 단체 '군사정보발전연구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A 준장은 지난달 17일 B 소장을 폭행과 직권남용 혐의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고소했다.

정보사에서 휴민트(인적 정보)를 총괄하는 A 준장은 서울 시내 영외 사무실인 한 오피스텔을 민간단체에 사용하게 했고, 이 사실을 B 소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B 소장은 A 준장이 자신의 승인 없이 해당 단체가 사무실을 쓰도록 지원해 줬다며 직권남용 및 배임에 해당하니 지원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A 준장은 6월 7일 B 소장에게 해당 사안을 다시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A 준장은 보고 도중 B 소장이 자신 쪽으로 결재판을 던졌다고 주장하며 고소했고, B 소장은 A 준장이 상관모욕을 했다며 그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A 준장이 낸 고소장에는 외부로 노출돼서는 안 되는 공작 사업 암호명과 추진 경과 등이 담겨 논란이 되고 있다.

A 준장은 "해당 단체는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령관을 설득하고자 노력했다"라며 "다음 보고 시 광개토 기획사업을 문서로 구체화하고 해당 영외 사무실에 여단 공작팀을 상주시키는 방향으로 사무실 지원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보강하는 쪽으로 보고하겠다고 했다"라고 썼다.

광개토 사업의 세부 내용은 고소장에 나오지 않지만 명칭으로 볼 때 중국 동북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대북 공작으로 추정된다.

광개토 사업이라는 이 공작은 A 준장이 직속상관인 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장을 두 단계나 건너뛰고 국방부 상부에 보고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B 소장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 준장은 자신이 국방부 장관에게 독대 보고해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원식 장관은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보고받은 바 없다"라고 말했다.

정보 활동에서 예비역이나 민간인을 협조자로 활용하는 일 자체는 은밀성을 높이고 유사시 정부·군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발생한다.

군사정보발전연구소는 정보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예비역 장군이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소다. 이 예비역 장군은 육사 동기인 신원식 장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야당은 8일 열리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보사 사건을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 야당은 사태의 원인이 '인사 참사'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 준장은 B 소장보다 육사 세 기수 선배로, 정보사에서 경험이 많지만 B 소장은 정보 업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엔 정보사령관의 직속 상관인 원천의희 국방정보본부장(중장)이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령관과 여단장이 자기들 구명을 위해 고소를 하고, 광개토 사업 등 비밀들도 줄줄 나오고 있다"라며 "이러한 형태들은 진짜 우리 안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정보병과 진급체계가 완전히 흐트러져 버렸다"라며 "통상 장관들은 1개 병과 진급체계를 흔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관 윗선(에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