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장' 실미도 공작원 4명 유해 발굴한다…국방부 장관 첫 사과

오는 9~10월 벽제리 묘지서 개토제 후 166㎟ 발굴 작업 진행

지난 2017년 8월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벽제 군봉안소에서 열린 고(故) 실미도 부대원 합동 봉안식. 2017.8.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 당국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 발굴에 나선다. 공작원들이 '서울 교전'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암매장된 지 52년 만의 일이다. 국방부 장관은 처음으로 유족 측에 사과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오는 9~10월쯤 개토제를 열고 경기 고양시 덕양구 소재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 내 5-2구역 166㎟(약 50평)에 대한 발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발굴 작업에서 유해가 식별되면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발굴된 유류품은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굴은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지난 2022년 11월 "실미도 부대 공작원 유해 암매장 사건 책임이 있는 국방부와 공군은 진화위 조사 결과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 4명의 유해 발굴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실미도 부대'는 북한 침투작전을 목적으로 1968년 4월 1일 공군 예하에 창설됐던 부대로서 정식 명칭은 '제2325전대 제209파견대'다. 그러나 이 부대에 선발된 북파 공작원 31명 중 7명은 훈련 중 숨졌고, 남은 24명은 가혹한 훈련과 부당한 처우에 반발, 1971년 8월 23일 기간병 18명을 살해한 뒤 무장탈영했다.

탈영한 공작원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중 군·경찰과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공작원 2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나머지 4명(이서천·김창구·김병염·임성빈)은 체포 뒤 공군 군법회의에 넘겨져 사형 선고를 받았다. 군은 1972년 3월 10일 이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진화위 조사결과에선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 4명이 심문 과정에서 가족관계·주소 등을 진술했음에도 군 당국은 사형 집행 사실을 가족·친척에게 통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신은 암매장됐다. 진화위는 이들 공작원 4명의 사형 집행 통지 및 시신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건 당시 '군행형법'과 그 시행령을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유족 측에 사과의 뜻을 밝힐 예정으로, 이는 개토제 때 유균혜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이 대신 읽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실미도가 마주 보이는 인천 지역에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