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엔사 18번째 회원 합류…"北위협 공동대응 새 동반자"(종합)
6·25전쟁 때 의료지원단 파견…지난 정부 때 가입 무산
유엔군사령관 "독일, 한반도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
- 국방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서울·평택=뉴스1) 국방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의료지원국인 독일이 유엔군사령부의 18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이로써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유엔사는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국과 미국 및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의 유엔사 가입 기념식을 열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기념식에서 "우리는 '힘의 법칙'이 아닌 '규칙의 힘'을 믿는다"라며 "유엔사에 합류해 한반도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은 독일의 유엔사 합류가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오늘부터 우리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 동북아시아, 인도 태평양을 위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은 "한국군은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다는 정신으로 하나의 깃발 아래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유엔사 회원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6·25전쟁 중이던 1953년 5월 서독 정부는 유엔 본부를 통해 한국에 야전병원을 설치하고 유엔군 병사를 지원하겠단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정전협정이 체결됐고, 서독 의료지원단은 이후 한국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독일은 의료지원국에서 빠져있었다.
독일은 2018년 의료지원국 명단에 공식적으로 포함된 뒤 2019년에 유엔사 가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독일이 제대로 된 가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은 유엔사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유엔사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당시 여당에선 '족보도 없는 유엔사가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란 주장가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에 맞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윤석열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처음열어 △유엔사 신규 회원국 가입 △유엔사 참모부 한국군 참여 △유엔사 회원국들의 연합 연습·훈련 참가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올해 초 재차 유엔사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과 미국에 알렸고, 유엔사 및 미 국방부 등의 검토를 거쳐 이날 가입이 완료됐다.
유엔사는 6·25전쟁 발발을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설치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로서, 전쟁 당시 국군을 비롯해 유엔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
현재 유엔사는 남북한의 정전협정 이행 여부 감시·감독을 위해 △군사정전위원회 가동 △중립국감독위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파견·운영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독일의 가입을 계기로 유엔사 회원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전투부대를 파병한 14개국(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캐나다·프랑스·뉴질랜드·필리핀·튀르키예·태국·남아프리카공화국·그리스·벨기에·콜롬비아)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4개국(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독일) 등 총 18개국이 됐다.
독일은 앞으로 유엔사에 인원을 파견, 다른 17개 회원국과 함께 정전협정 관리 임무를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에 따라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다만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유엔사 가입이 북한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란 지적에 "저는 이것이 도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단지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에 대한 우리의 서약을 지키고 있을 뿐, 이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이날 기념식에 앞서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신 장관은 독일이 6·25전쟁 이후 의료지원단을 파견해 한국의 전후 재건에 크게 기여한 전통적 우방국임을 강조하면서, 인권·법치·자유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신 장관은 독일의 유엔사 가입으로 한국과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북한 위협 공동대응을 위한 새로운 동반자를 얻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장관이 우리 군 의장대의 복장과 독일 국기가 검정·노랑·빨강 등 동일한 색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강조하자,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한국에 대한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낀다"라고 화답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신 장관 등이 독일 국기를 상징화해 제작된 한-독 넥타이를 메고 독일 방한단을 환영한 데 대해선 "오랜 친구처럼 반갑고 인상 깊었다"라고 언급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신 장관이 유엔사 회원국 가입 축하의 의미를 담아 선물한 유엔사 넥타이를 메고 유엔사 가입 기념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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