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쉰들러 리스트' 있었다…벽안의 영웅을 기억하라
[보훈외교의 품격③]러셀 블레이즈델 대령 등 16명 정부 포상 추진
"대한민국을 사랑한 영웅들, 대한민국이 예우한다"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생존에 도움을 준 유엔참전국 영웅들을 대한민국이 예우하는 보훈외교 활동이 본격화된다. 국가보훈부는 보훈의 대상을 우리 국민으로 제한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장해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6일 보훈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계기로 6·25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유엔참전용사와 참전용사 명예 선양 및 동맹 강화에 이바지한 유공자에게 포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판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이란 별칭을 얻은 고(故) 러셀 블레이즈델 미 공군 대령은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이 추서된다. 미 공군 제5부대 사령부에서 근무한 블레이즈델 대령은 1950년 가을 1000명 이상의 고아들을 서울 거리에서 구출하는 작전을 주도했다.
블레이즈델 대령은 1차로 미군 부대 차량을 동원해 87명의 고아를 대구로 피난시켰고, 이후 서울에 있는 고아 1074명과 도우미들을 김포공항으로 집결시킨 후 제주도로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그의 실화는 훗날 미 공군 잡지 '에어맨'에 6·25전쟁 50주년 기념 기사로 실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블레이즈델 대령은 미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1988년까지 한국보육원을 지속해서 후원하며 유엔참전용사의 명예를 높이는 동시에 한미우호 증진에 기여했다.
전쟁 당시 목숨을 바치며 임무를 완수한 고(故) 찰스 로링 주니어 미 육군 소령에게는 태극무공훈장이 추서된다. 로링 소령은 미 육군 항공대 소속의 전투기 조종사로 50회 이상 공습 임무에 출격해 지상 전투 지원에 나선 인물이다.
로링 소령은 1952년 11월 적 포병 진지에 폭격을 가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격했으나, 적 대공포에 맞아 기체 조종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그는 탈출하는 대신 적 진지 한 가운데로 비행기를 급강하해 적 포병 진지를 완전히 파괴하고 산화했다.
한미 동맹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고(故) 윌리엄 웨버 미 육군 대령은 을지무공훈장을 받는다. 미 공수부대 장교로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작전 등에서 활약한 웨버 대령은 원주 전투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1년여 간의 수술 끝에 현역에 복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 육군 본부 등에서 복무하다 1980년 전역했다. 웨버 대령은 생전 여러 행사에서 왼손으로 경례하는 모습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웨버 대령은 2006년 6·25전쟁 전사자 명단을 새긴 '추모의 벽' 건립 운동을 시작했고, 건설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는 데 힘썼다. 웨버 대령은 지난 2014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적은 있지만, 우리 정부로부터 무공훈장을 받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6·25전쟁 당시 태국군 부대가 '작은 호랑이 부대'로 불릴 만큼 탁월한 지휘력을 발휘했던 고(故) 끄리앙 끄라이 아따난 태국 육군 원수(참전 당시 중령)는 충무무공훈장을 받는다. 그는 지난 2016년 4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됐으며, 손자인 티라싹 아따난 씨는 현재 주한태국대사관 국방무관으로 재직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군에 배속돼 참전한 멕시코의 알베르토 헤수스 페르난데스 알마다 씨도 충무무공훈장을 받는다. 그는 최전방 및 서울 2차 전투 등 격전지에서 뛰어난 전공을 세웠으며, 현재 멕시코 참전용사회 일원으로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프랑스 제6증원군 소속으로 철의 삼각지 전투, 티본 전투, 화살머리고지 전투 등에서 전공을 세운 루이 카자뇌브 프랑스 육군 중사는 화랑무공훈장을 받는다. 카자뇌브 중사는 프랑스에서도 십자무공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이밖에 이건수 한미동맹재단 명예이사장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윌리엄 로버트 블랙 캐나다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 오타와 지회장은 국민포장을 받는다. 이들은 각각 한미동맹 강화와 한·캐나다 친선 강화에 기여한 인물이다.
대통령 표창은 △찰스 알렌 루살디 오리건레곤 한국전참전용사회장 △미 언론인 제라드 조나스 △리처드 딘 한국전쟁참전용사추모재단(KWMF) 부의장 △프랜시스 피터 스콧 남호주 한국전참전기념비추진위원회장 △존 희 장 재향군인회 영국지회장 △폴 모르텐 올센(전 스웨덴 적십자) △빅터 찰스 플랫 캐나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협회 빅토리아 지회 회원 등에게 돌아간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4~2023년 6·25전쟁 참전 및 동맹 강화 등과 관련해 국민훈(포)장 33명, 대통령(총리) 표창 30명, 무공훈장 28명, 보국훈장 1명 등 총 92명을 포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장에 미국 참전용사 랄프 퍼켓 주니어 씨의 휠체어를 직접 밀며 무대로 이동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이 땅을 함께 지켜낸 영웅들을 기억하고 그 숭고한 희생정신과 인류애라는 고귀한 가치를 미래 세대에 계승할 것"이라며 "보훈외교를 통해 참전국과의 우정을 굳건히 다져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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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의 보훈외교, 'K-보훈'은 전 세계 공공외교 경쟁에서 우리의 독특한 소프트파워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의 보훈외교의 핵심 배경인 한국전쟁(6·25전쟁)의 정전협정일(7월 27일)까지 총 4편의 기사를 통해 K-보훈의 가치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보훈외교의 시작과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