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메모 작성' 정종범 "김계환, 경찰 이첩 보류 정확히 지시"(종합)
박 대령 항명사건 6차 공판…"메모 내용 모두 장관 지시는 아냐"
박진희 사단장은 불출석…박 대령 측 "조직적 재판 지연 행위"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의 초동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사법원의 여섯 번째 재판이 23일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현 해병대 2사단장)은 박 대령의 혐의인 '기록 이첩 보류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과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 주재로 순직 해병대원 사건 처리 방안을 논의한 현안토의에 해병대 소속으론 유일하게 참석해 이 장관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인물이다.
정 사단장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 1일 해병대의 장군과 대령 등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내용의 경찰 이첩을 8월 9일까지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한 명령이었다.
정 사단장은 "9일 이전까지 경찰 이첩 보류를 하자고 정확히 이야기했고 이후 회의가 중단됐다"라며 "박 대령은 언성이 높아졌고, 사령관의 말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사령관은 8월 3일에 장관의 귀국 이후 지침을 받자고 제시했다"라며 "결국은 그때까진 경찰에 넘기지 말란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사령관은 회의가 끝날 무렵 박 대령을 제외한 참석자들을 모두 회의장에서 내보낸 후 박 대령과 독대했고,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명확한 하나의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3월 21일 열린 박 대령에 대한 3차 공판에서도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은 김 사령관의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8월 1일 회의에서 김 실장이 "장관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 사령관은 "장관 지시대로 이첩 보류하자"라고 말한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8월 2일 채 상병 사건 관련 서류를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됐다. 박 대령 측은 이 전 장관의 지시가 부당한 외압이기 때문에 박 대령에게 항명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 사단장이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 주재 회의에 참석해 작성한 메모 10개의 '주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사단장은 최초 군검찰 조사에서 메모 내용이 이 전 장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말도 함께 있다고 2차 조사에서 진술을 정정했다.
정 사단장은 "호주 출장을 다녀와 사건의 배경지식이 없었고, 회의에 뒤늦게 참석해 앞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법적인 대화 내용을 이해 못 한 상태에서 적은 것"이라며 "장관과 법무관리관이 법적인 측면에서 대화를 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단장이 작성한 메모 중 △최종정리(법무) △장관 8월 9일 보고? △휴가 처리 난후 보고 이후 공식적 휴가 조치는 이 전 장관의 명확한 지시를 기록한 것이다. '최종정리(법무)'는 해병대 수사단의 문서를 경찰에 이첩하기 전 최종적으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정 사단장은 설명했다.
△원래 수사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언론. 경찰 기소한 이후 △유가족과 민간경찰 오해받으시지 않으면 △누구누구 수사언동 하면 안 됨 △법적 검토결과 - 사람에 대해서 조치 혐의는 안 됨(없는 권한 행사) -우리가 송치하는 모습이 보임 △언론보도 관련 경찰 공정한 수사에 영향을 줄 가용성이 있음. 설명하면 안 됨 △경찰에 필요한 수사자료만 주면 됨 △법무관리관이 수사단장에게 전화/검토 등의 메모는 장관과 법무관리관의 대화 내용이라는 게 정 사단장의 주장이다.
한편 정 사단장은 앞서 두 차례 불출석해 군사법원으로부터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그는 "충분히 증언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5월엔 수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깁스를 하고 있었고 해병대 2사단장으로 최고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라며 "다른 방법으로 출석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던 걸로 기억한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공판의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현 육군 56사단장)은 '수도권을 방어하는 사단장으로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군사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증인의 불출석 사유를 검토한 결과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았다"라며 "다음 기회에 불출석하면 법에서 정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오후에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는 이 전 장관의 지시를 전달했다.
다만 박 대령 측은 "(박 사단장은) 구파발 향토사단 예비군 교육 등의 임무를 맡고 있어 대북 경계와 전혀 관계가 없다"라며 이는 조직적인 재판 지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판에 앞서 박 대령과 함께 군사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구승 변호사는 "대통령실이 이미 두 차례의 개입을 인정했고 수많은 통신 기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외압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명령이 정당한 명령이었는지 여부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사법원은 오는 9월 3일 이 전 장관과 박 사단장을 증인으로 불러 박 대령에 대한 7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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