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동생에게 74년 만에 돌아온 오빠…호국영웅 故 강한찬 일병

18살에 '춘천지구 전투'서 전사…북한군 남하 지연시켜

2008년 5월 발굴 당시 고(故) 강한찬 일병의 유해.(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6·25전쟁 당시 조국을 구하다 18세 나이로 전사한 호국영웅이 7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8년 5월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춘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강한찬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35명으로 늘었다.

국유단은 전사연구를 토대로 발굴에 나선 결과, 개인호로 추정되는 곳에서 곧게 누운 자세로 있는 강 일병의 두개골과 정강이뼈 등을 발굴했다.

이후 국유단 기동탐문관이 고인의 병적자료에서 본적지가 경상북도 칠곡군임을 확인한 후 해당 지역의 제적등본 기록과 비교해 고인의 동생 강길순(1940년생) 씨를 올해 5월에 방문, 유전자 시료채취 및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고인과의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강 일병은 1932년 1월 칠곡군에서 2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유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입대 당시 병적이 확인되지 않아 정확한 입대 일자는 알 수 없으나, 정전 이후 1957년 2월 발급된 전사확인서를 통해 고인이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춘천지구 전투에 참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춘천지구 전투는 6·25전쟁 개전일인 1950년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춘천 옥산포, 소양강, 봉의산 일대에서 국군이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킨 전투다.

고인은 전쟁 발발 3일 만인 1950년 6월 27일 18세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고인의 희생은 국군이 한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유엔군이 참전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 일병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대구광역시 서구에 있는 달성토성마을에서 열린다. 국유단은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한다.

고인의 조카 강영호(1955년생) 씨는 "아버지와 고모께서 평생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하셨는데 이렇게 유해라도 찾아 다행"이라며 "병환으로 누워계신 고모께서 눈물만 흘리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