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비정상 비행하다 폭발…軍, 영상 공개(종합)
우리 군 자산, '발사·비정상비행·공중폭발' 다 보고 있었다
내륙에 파편 떨어졌을 수도…주민 눈치봐 성공 주장 가능성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이 성공을 주장한 다탄두 미사일 시험의 미사일 상승부터 비정상적 비행, 공중폭발 등 실패 과정을 감시 장비로 식별했다고 28일 밝혔다. 북한이 '성공'이라고 주장한 다탄두 미사일 시험발사가 실패라는 군 판단에 대한 영상 근거도 제시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실패한 발사에 대해 다탄두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한미는 이번 비행이 초기부터 실패한 사례라고 분석하고 평가했다"라며 "다탄두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일뿐 우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이를 감시하고 있었으며, 발사된 미사일은 26일 오전 5시 30분쯤 대탄도탄 감시레이더와 지상 감시자산에 의해 탐지됐다.
합참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상승 단계부터 비정상적인 비행 양상이 식별됐으며, 이러한 비행 불안정성이 미사일의 폭발을 야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합참은 또 "특히 전방 부대에서 운영하는 열상 감시장비로 촬영된 영상에서는 상승 단계부터 동체가 비정상적으로 회전하는 현상을 보이다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모습까지 식별된 바 있다"라고 강조하며 "전반적으로 실패라도 일부 성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반박하기도 했다.
합참은 우리 군 열영상장비(TOD)로 찍은 북한 미사일의 모습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북한 미사일은 발사 초기부터 심하게 흔들리며 상승했다. 통상 미사일이 초반에 가속을 받기 위해 일직선으로 비행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북한 미사일은 이내 공중에서 중심을 완전히 잃고 좌우로 빙글빙글 도는 '텀블링' 상태에 빠졌다.
우리 군의 다른 TOD로 찍은 영상에는 북한 미사일이 공중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다. 공중에서 회전하던 북한 미사일에는 불이 붙었고, 이내 폭발해서 수십 개의 파편 조각이 됐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주장대로 3개의 다탄두로 분리될 경우엔 깨끗하게 떨어지고 후추진체가 작동하지만, 북한 미사일은 산산조각이 났다"라며 "저 모습뿐만 아니라 한미의 많은 자산들로 평가한 내용들에 의하면 분명한 실패였다"라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또 "고체 추진 연료 불량으로 연소 단계에서 일정한 추력이 나오지 않아 미사일이 중심을 잃게 돼 실패했을 수 있다"라며 "기존에 쐈던 미사일이라도 완전 전력화된 게 아니라면 실패할 수 있고,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을 개발하려다 실패했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던 날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이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미사일의 파편은 발사 지점으로부터 최대 250㎞ 날아갔고, 폭발 지점은 육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합참의 발표와 달리 북한은 전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유사한 형상의 미사일 발사 사진을 공개하면서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1단계 엔진을 이용한 개별기동전투부 분리 시험과 유도조종 시험'을 했으며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언급한 개별기동전투부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를 뜻한다. 다탄두 미사일은 동시에 다수의 대상을 공격할 수 있고 요격이 어려워 적국의 미사일 방어를 뚫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합참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주장이 '실패를 덮기 위한 기만·과장'이라고 평가했다"라며 "향후 북한은 이번에 실패한 미사일의 재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 군은 후속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날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사일과 관련해 합참 발표와) 다른 내용으로 공개했는데 그것은 기만과 과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민간에서 촬영한 다수의 영상과 사진을 보더라도 그 비행이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사진으로 공개한 미사일의 외형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노동신문 등에 실린 미사일의 모습은 액체형 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7형과 유사한데, 발사할 때 퍼져 나오는 화염의 형상은 고체연료의 특징을 보였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예전에도 화성-15형 발사 후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등 기만을 많이 시도했고, 이번엔 탄종을 추정할 수 있는 이동식발사대(TEL)를 보여주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정말 잘 쐈으면 동영상을 공개할 텐데, 사진만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에 이어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면서 '다탄두 시험'이라는 명분을 급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탄두 기술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함께 ICBM 완성의 핵심 기술로 북한이 추구하는 방향이지만, 한미는 북한이 현재까지 이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 파편이 초반에 터지면서 날아갔는데 내륙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주민들의 민심에도 작용이 될 수 있다"라며 "성공적인 시험이었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발사 장소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 온 장소이고, 다른 첩보를 종합했을 때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도했다 실패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미사일은) 굉장히 초반에 폭발해 충분한 분석이 제한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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