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9·19 정지 후 첫 접경지 사격…대북 대비태세 강화 시발점

7년여 만에 서북도서 K-9 등 사격…육군 접경지 포병사격도 이어질 듯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국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4.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9·19남북군사합의의 전부 효력 정지를 선언한 이후 약 20일 만에 남북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실기동 포병사격 훈련을 단행했다.

우리 군이 9·19합의 준수를 위해 주둔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격 훈련을 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훈련 계획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시발점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따르면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가 이날 각각 백령도와 연평도 등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서해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총 290여 발의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에는 K-9 자주포를 비롯해 다연장 로켓(MLRS) K-239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이 동원됐으며, 적이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검증했다고 사령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9·19합의 모든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실시하는 훈련이 20일로 예고되기도 했으나, 시점이 사전에 공개돼 북한이 대응할 시간을 만들어 줬다는 이유 등으로 훈련이 연기되기도 했다.

K-9 등을 동원한 해병대의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은 9·19합의 체결 11개월 전인 2017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7년여 만(6년 10개월)에 훈련이 재개된 것이다.

2018년 9월 남북이 체결한 9·19합의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이 금지됐다. 이에 해병대는 해상사격훈련을 할 수 없어 K-9 등 무기를 내륙으로 옮겨와 실사격 훈련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9·19합의로 인한 효과와 별개로 장병들이 즉각 사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됨은 물론, 장병·장비 이동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문제점도 거듭 지적돼 왔다.

K239 다연장로켓 '천무'가 25일 충남 보령에 위치한 웅천사격장에서 고폭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육군 제공) 2024.6.25/뉴스1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9·19합의 이후 해병대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서북도서의 경우 교육훈련이나 K-9 자주포 등을 현 진지에서 사격하지 못해 군사활동이 위축돼 대비태세에 영향을 줬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1월 5일엔 해병대가 K-9과 K1E1 전차 등을 동원해 400여 발을 해상완충구역 내에 쏟아부은 바 있으나, 이는 당시 북한의 해상 완충구역 내 해상사격 도발에 대응한 일회적인 성격으로 정례적인 훈련은 아니었다.

해병대는 이번 훈련 이후에도 정례적인 해상사격 훈련으로 화력운용 능력 향상과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병대에 이어 육·해·공군도 조만간 9·19합의 때문에 하지 못했던 각종 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 부대별로 보다 나은 여건에서 훈련한다면 우리 군의 접적지역 대비태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육군의 경우 군사분계선(MDL) 5㎞ 이내 △스토리 사격장(경기 파주시) △천미리 사격장(강원 양구군) △적거리 사격장(경기 연천군) △칠성 사격장(강원 화천군) △송지호 사격장(고성 사격장·강원 고성군) 등 사격장을 다시 운영할 수 있다.

해군은 NLL 일대 함정의 기동 및 포사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9·19합의에서 벗어나게 되면 함포의 포구에 포신 덮개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북한의 도발에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공군 전투기의 접적지역 공대지 사격훈련도 현재는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각 군이 전방지역 훈련을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시행할 것이고, 포병 사격 훈련은 계획만 잡히면 언제든 가능하다"라며 "먼 거리를 이동해 훈련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되면서 훈련 계획의 유연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