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무장론" 첫 거론한 美·핵항모 승선한 대통령…북러 '핵 견제' 시동
북러 밀착 강화, '핵 동맹'으로 확장 우려도
"북러 밀착 확대한다면 한미도 방향 맞춰 대응해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 행보를 가속화하자 한미가 북러 협력을 예의 주시하며 동맹으로서의 대응 기조 고도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 언급하면서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포럼에서 '한반도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워싱턴 선언 외에도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러의 행동으로 역내 국가들이 기존 모든 군사 및 기타 조치를 재고하게 만든다는 평가엔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한국 내부에서 북러 정상회담으로 이뤄진 '준 군사동맹' 성격의 밀착에 대응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은 그간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다 최근엔 정치권으로도 논의가 번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다만 방법론적 차원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의 자체 핵 개발 및 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논쟁의 큰 갈래다.
이러한 가운데 북러 정상회담 직후 한국에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들어오며 북러와의 긴장도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부산에 입항했는데, 루스벨트함은 곧 한미일 3국 연합훈련에도 참가하며 '핵 억지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부산 해군 작전기지를 찾아 루스벨트함에 승선해 한미 동맹을 과시한 것도 눈길이 가는 행보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한국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미국 조야에서도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30년 만에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핵항모에 승선한 것이기 때문에 함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루스벨트 항모의 방한은 워싱턴선언의 이행에 따른 조치"라며 "강력한 확장 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공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자체적인 능력으로 핵무장이 실현되기까진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여러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당장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비핵화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NPT에서 탈퇴 후 핵을 개발하는 것은 북한이나 이란이 거쳐 갔던 길로 국제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방식이라는 비판과 이어질 제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고도화된다면 다른 상황 논리가 구성될 여지는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군사동맹 체결 수준으로 평가되는 이번 북러 간의 새 조약으로 러시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정식 인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이 경우 북러 '핵 동맹'에 대응하는 한미의 대응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문성욱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는 북러 간의 불법 밀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한반도 국제 평화를 깨는 위험한 조치라는 것에 대해 공동 인식을 갖고 있다"라며 "캠벨 부장관의 언급 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는 다분히 러시아 북한 간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한 견제 또 거기에 대한 대응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미국도 상당히 신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계속 관계를 밀착하고 협력을 확대한다면 한미도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과 러시아에 보내야 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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