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협정은 방어적" 한미 논리 그대로 따간 북러, 노골적 '맞불 전략'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28년만의 부활…북러동맹 복원
한러관계 재설정 불가피…전문가 "레드라인 확실히 넘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4.06.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러 양국이 '불량국가 의기투합'의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약을 28년 만에 부활시키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9일 평양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북한이 20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조약 전문에 따르면 북러 양측은 새 조약에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았다.

조약 제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했다.

유엔헌장 51조에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으면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논리를 따간 것이다.

조약 제4조 내용은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했다가 1996년 폐기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을 의미한다. 28년 만의 북러 동맹 관계가 복원됐다는 해석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648년 웨스트페일리아 조약 이후 나온 동맹들은 사실상 모두 군사적 성격이 핵심"이라며 "타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지체 없이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동맹의 핵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현지시간)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2024.06.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주목할 것은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인 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새 조약이 "평화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이 한미 연합훈련 등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협력에 대해 '방어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논리를 마치 조롱하듯 따간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서방국의 군사동맹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북러 입장에선 미국 주도의 '협력체 규합'에 '맞불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에 북러가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이라는 내용을 넣은 건 러시아의 '핵우산'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힐 여지도 크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자신은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조약을 통해 러시아의 핵능력이 북한을 지켜줄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해 보인다"라며 "우리 정부가 경고한 '레드라인'을 북러 양국이 이번에 확실히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동맹의 부활에 따라 우리 정부의 한러관계 재설정, 그리고 우방국과의 협력 방침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특히 북러는 이번에 군사협력 도모 외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도 '공세적 타파'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충돌 지점이 더욱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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